'알람' 꺼진 공시제도
무기한 유증·CB 발행 연기에도 제재 규정 미비…공시당국 감독 역량 강화 시급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2일 08시 0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김세연 증권팀장] #.코스닥 상장사 A와 B는 지난 2018년 초 대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계획을 각각 공시했다. 외부 투자를 유치해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계획 발표 직후 시장에선 A와 B의  재무구조 개선과 새로운 사업 추진을 기대한 투자도 줄을 이었다. 


하지만 공시가 이뤄진 지 2년이 넘도록 기대했던 자금 확보는 이뤄지지 않았다. 납입기일을 앞둔 A와 B는 납입일이 임박하자 6개월 이후로 기한을 변경하는 등 수차례 자금 확보 계획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잇단 정정 공시 속에 투자 손실에 분통을 터뜨린 투자자들의 호소만 남았을 뿐이다. 


공시란 기업의 올바른 영업상황과 재무적 내용을 투자자 등 시장 내외부의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노력이다. 기업은 공시를 통해 회사의 전반적인 운영과 성장 가능성을 주주와 시장에 알리고 투자자는 신뢰성 있는 공시를 통해 올바른 투자 판단을 내린다. 



상장 기업이 공시를 불이행하거나 번복할 경우 벌점과 벌금을 '패널티'로 부과받게 된다. 하지만 공시로 알려진 계획이 '불이행'이 아닌 정정 등 '변경'을 통해 이행되지 않는다면 어떨까. 


코스닥시장 공시규정상 상장기업의 유·무상 증자나 자본감소(감자) 등에 대한 정정 공시(제6조1항제2호가목(1))는 가능하다. 단, 공시의 변경은 주주배정비율이나 발행주식수, 발행금액 등이 20%이상 변경되거나 납입일이 6개월 이상 연기되는 경우로 제한된다. 


문제는 규정상 정정의 '회차'에 대한 한도는 명확히 기재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상장기업의 자본 증가 및 감소와 관련된 주요사항에 대한 보고와 수시공시 의무는 각각 금융감독원(DART)과 거래소(KIND)로 이원화됐다. 


기업은 규정만 충족한다면 일부 변경 사실을 담은 주요사항보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고 정정이 용인될 경우 몇 차례나 공시의 정정이 가능하다. 거래소 역시 금융감독원이 승인할 경우 별다른 제재조치 없이 해당 공시를 외부로 공표할 뿐이다. 양 기관중 어느 한 쪽이 관련 정정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상호간 판단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해당 공시의 변경은 적법하게 처리될 뿐이다.  


다시 말해 시장내 부진한 평가를 받은 기업이 성사 가능성이 낮은 대규모 투자 유치 계획을 내놓고 주가를 끌어 올리더라도 규정만 맞춘다면 해당 계획을 영원히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 피해가 속출하더라도 규정상 제재를 가할 수 없는 노릇이다. 


과도한 공시 변경에 대한 관리감독의 필요성은 이전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수차례의 지적에도 해당 변경에 대한 규제와 제한에 대한 노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과도한 공시 변경을 제한할 경우 자칫 논란이 불거진다면 금융감독원이나 거래소가 짊어져야 할 부담 탓이다. 양 기관 모두 문제에 대한 고민 대신 서로 간 책임을 떠넘기는 식으로 외면했을 뿐이다.  


물론 규정된 제재 요건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기업의 자유로운 의사판단을 감독당국이 의도적으로 제한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공시 변경의 정당성을 인정하더라도 과도한 남용으로 발생할 또 다른 피해를 막는 추가적인 노력까지 나서지 않은 것이 옳은 선택일까. 


공시는 투자 판단의 중요한 잣대가 되는 정해진 시간에 정확하게 울리는 '알람'이다. 수년간공시 멈췄던 알람이 세차게 울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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