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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대기업 아닌 경쟁력이 문제다
딜사이트 이호정 산업1부장
2021.02.11 08:20:53
노브랜드 상생협력점 같은 성장모델 찾기 노력 필요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9일 09시 4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호정 산업1부장] # 이마트는 2016년 충남 당진어시장의 요청을 받고 같은 건물 2층에 '노브랜드 상생협력점(상생협력점)' 문을 열었다.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유발법) 개정 후 전통시장 내 대형 유통업체가 들어서는 게 처음이었기에 큰 화제를 낳았다. 이후 이마트는 현재까지 전국 15개 전통시장에 상생협력점을 열었다. 상인들과 협의해 겹치는 품목은 빼고, 장난감도서관 설치, 주차장 등 시설개선에 도움을 줬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전통시장 특성상 상생협력점 입점 후 상인들의 수입이 어느 정도 늘었는지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다. 다만 20% 이상은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진전통시장 문화관광형 육성사업단의 조사 결과만 봐도 2015년 102억원 규모였던 당진어시장의 매출액이 2016년 113억원으로 늘어난데 이어 2017년에도 133억원으로 증가했다. 게다가 15개 전통시장 상인들이 상생협력점에 한해 월 2회 의무휴업을 폐지하면 좋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걸 보면 수입 증가에 확실히 도움이 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데도 상생협력점의 전통시장 입점율이 1% 남짓(전국 전통시장 1450개)에 그치고 있는 이유는 왤까.


# 2019년 11월 15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포방터시장의 돈까스 맛집 '연돈'은 이날 영업을 마지막으로 제주도로 이전했다. 주변 상인들과의 끊임없는 마찰과 매출의 30%를 시장 발전기금으로 내놓으라는 상인회 회장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연돈 등 몇몇 식당 덕에 활성화 조짐을 보이던 포방터시장은 현재 지역주민들만 간간히 찾을 뿐이다.


연돈의 사례와 같이 동업자 정신을 상실한 전통시장 터줏대감들의 '갑질' 사건은 차고 넘친다. 부산 서면시장의 청년몰 '온나(ONNA)'의 경우 기존 상인들과의 지속된 갈등에 18개 점포 중 절반이상이 재계약을 포기하며 장사를 접었다. 인천 강화풍물시장과 서울 길음시장 상인회 역시 청년 상인들에게 갑질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홍역을 치렀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제프리 존스 회장의 말처럼 한국인들은 배고픈 건 참지만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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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부모님을 모시고 일본 후쿠오카 여행 당시 현지가이드로부터 "한국인들은 대기업 제품에만 목매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푸념을 들었다. 일본의 경우 대기업에서 찍어내는 공산품보다 수백 년 역사를 가진 개인상점 제품이 저렴하고 질도 좋은데, 한국관광객들에게 추천하면 열에 일고여덟은 "대형쇼핑몰이나 가자"고 핀잔을 준다는 것이었다.


홍하상 작가의 저서 '일본의 상도-고객이 보고 있다'에도 가이드의 얘기처럼 전통시장 등에서 100년 이상 장사를 해온 노포 상인들의 경우 끊임없는 연구로 자기 분야에서 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서술돼 있다. 일본은 소비자의 필요에 따라 개인상점과 대기업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보니 국내와 달리 골목상권 침해논란에서 자유로운 게 아닌가 싶다.


# 유발법은 사실 사업자들의 부담을 완화해 유통산업을 활성화시키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반복되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셌던 2010년부터 수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와 같이 출점제한과 월 2회 의무휴업 등의 규제안을 담게 됐다.


대기업 독점을 막고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취지의 유발법 개정안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까. 경기과학기술대학 조춘한 교수팀이 발표한 '대형유통시설이 주변상권에 미치는 영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폐점하면 주변 상권은 침체되는 반면, 인근 대형마트는 장사가 더 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의 경쟁자는 대형마트지 골목상권이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이달 개최되는 임시국회에서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등 15개의 안건을 논의, 유발법 개정을 통한 추가 규제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 정치권의 시각대로 대기업 때문에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이 침몰하고 있는 것일까.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은 법으로도 막혀 있지만 여론도 용납하지 않는다. 상생협력점과 같은 상생모델 찾기에 대기업들이 골몰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남은 과제는 골목상권 스스로 경쟁력을 찾는 것이다. 일본의 대기업들이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을 침범하지 못했던 이유는 상인 개개인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다.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낮출 순 없다. 경쟁력 있는 성장모델 찾기 고민은 이제 골목상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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