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활발한 신규투자와 인수합병(M&A)을 예고한 하이즈항공이 실탄 확보에 착수했다. 설립 이후 처음으로 메자닌(Mezzanine, 주식형 사채) 발행에 나서는 등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즈항공은 이날 1회차 전환사채(CB)와 2회차 교환사채(EB)를 동시에 발행키로 했다. CB로는 120억원, EB로는 38억원 상당을 조달한다. 사채권자는 시몬느자산운용이 결성한 '시몬느 메자닌전문사모투자신탁제5호'다.

이 가운데 EB는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 전량을 기초자산으로 내걸었다. 경영권 안정보다는 단기간 자금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이즈항공은 확보한 자금 대부분을 신규사업투자 및 M&A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다각화를 추진해 항공기 부품 조립뿐만 아니라 생산, 정비, 화물 운송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항공업체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정관상 사업목적까지 손봤다. 기존 내용에 '국내외 항공 운송업'과 '철강재 및 비철금속 수출입업' 항목을 추가했다. 구체적인 사업 다각화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메자닌 형태로 실탄을 확보한 건 저금리 환경을 고려한 결과로 판단된다. 근래 유행하는 '0%·0%금리(표면금리와 만기금리가 모두 0%)'로 CB와 EB를 발행했다.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까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코로나19발 경기침체를 겪으며 실질적인 현금흐름이 둔화된 점도 메자닌 발행을 촉진했다.

작년 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이즈항공의 유동자산은 672억원. 전년 대비 13.1% 늘었다. 그러나 순도는 떨어졌다. 재고자산이 79억원에서 200억원까지 불어난 까닭이다. 매출채권도 103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유동자산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되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같은 기간 유동부채는 346억원까지 늘었다. 전년보다 85.4% 급증한 수치다. 유동부채에서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39%(136억원)로 낮지 않다. 경영실적도 악화됐다. 전년 대비 연결기준 매출액이 28.2%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5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항공기 부품 수요 감소 여파가 컸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이즈항공은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보다는 메자닌 발행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메자닌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상당 부분 개선됐고, 항공 관련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며 주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진 까닭이다.

하이즈항공은 M&A 대상을 아직 확정 짓지 않았다. 실탄을 미리 확보하고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모양새다.

과거 투자 사례로는 2017년 가온아이앤티가 꼽힌다. 하이즈항공은 당시 가온아이앤티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65%를 사들였다. 이 회사는 항공 관련 섬유소재 전문 업체다. 복합소재 사용량이 많은 하이즈항공이 제조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만든 딜(Deal)로 평가 받는다.

하이즈항공이 확보 자금을 다른 회사 지분 투자에 사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물류업체 태웅로직스 지분을 취득한 전례가 있어서다. 두 회사는 최근 각자 주식을 서로 매입하는 상호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30일 현재 각자 상대 회사 지분 5%씩을 보유한 상태다.

하이즈항공 관계자는 "태웅로직스는 종합 물류 서비스 기업으로서 시장 경쟁력을 갖춘 회사다. 전략적 제휴를 통한 사업 연계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며 메자닌으로 확보한 자금 용처에 대해선 "구체적인 사용 목적이 정해지면 별도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