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디폴트옵션은 무엇입니까
가입자 교육은 사라지고 업권 밥그릇 싸움만 치열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0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픽사베이)


[팍스넷뉴스 공도윤 WM부장]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제공부는 숙명이지만 생소한 경제용어 탓에 시작이 쉽지 않다. 퇴직금에 익숙한 직장인에게 '자산운용'이라는 개념이 포함된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도 사람들은 DC(확정기여형), DB(확정급여형)라는 용어를 받아들이는데 긴 시간이 필요했다.


올해 퇴직연금시장은 낯선 용어인 '디폴트옵션'을 놓고 업권간 싸움이 시끌시끌하다. IMF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에게 '디폴트'는 채무불이행, 파산과 같은 개념이 익숙할 법 하지만 퇴직연금시장에서는 '디폴트밸류(Default value)'에서 유래한 '기본 설정값'이란 의미로 쓰인다. IT업계에서는 별도의 명령을 내리지 않을 때 시스템이 미리 정해진 값이나 조건을 자동으로 적용시키는 의미로 많이 쓴다. 예를 들자면 점심시간, 식당에 앉아 십여개가 넘는 메뉴 중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선택해 먹을 수 있지만 낯선 식당에서는 식당이 권하는 대표 메뉴를 먹는 게 좋은 선택일 수 있다. 



퇴직연금시장에서 '사전지정운용제도'로 불리는 디폴트옵션 시행을 놓고 은행·보험과 같은 금융업계는 '반대'를 증권·자산운용와 같은 금융투자업계는 '찬성'의 입장을 보이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DC형 연금자산의 80%이상이 원리금보장상품에 방치(?)되어 있어 수익률이 낮은 만큼 실적배당형상품이 디폴트옵션이 되도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융업계는 원금손실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상품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DC형 가입자에게 운용지시 외에 디폴트옵션이 생기고, 더불어 디폴트옵션에서 원리금보장상품이나 실적배당형상품 도입이 가능해지면 선택권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각 업권이 자기 잇속을 챙기기 위해 논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아쉽게도 근로자나 가입자에 대한 이해는 빠져있다. 


디폴트옵션 도입 논쟁의 시작은 퇴직연금자산의 대부분이 인플레이션 헤지가 불가한 원리금보장상품에 방치되어 있다는 데서 출발했는데, 정착 '방치'의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 모습이다. 방치의 원인은 가입자들이 어떤 상품을 선택해 운용하는지 잘 몰라서가 아닐까. 실적배당형상품이 매번 플러스의 수익률을 올리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변동성 높은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여러 차례 체험한 바 있다. 앞서 든 예로 보면, 식당이 권한 대표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맛이 없을 수도, 건강에 좋지 않을 수도, 내가 못 먹는 음식일 수도 있다. 


효율적인 자산배분과 운용은 경제 공부를 통한 지식의 습득이 기본이다. 퇴직연금제도 도입 초기 퇴직연금사업자 역시 효율적인 자산배분을 위해서는 '퇴직연금 교육'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면·온라인교육, 각종 교육자료 발간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최근은 DC형 가입자들에게 정기적으로 퇴직연금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사업자를 찾기 힘들다. 코로나19 탓도 있겠지만 단순히 이메일로 재테크 정보를 전송하거나, 회사 홍보사이트에 자료를 올려두고 '와서 확인하라'는 식이다. 운용규모, 이력, 개인의 재무사항, 은퇴시기 등에 맞춰 시기별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는 곳은 매우 드물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연금제도 이해력 점수는 47점에 불과하다.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직장 입사 후 퇴직연금 유형과 사업자 선정, 상품을 선택할 때 회사 또는 금융사업자가 이를 상세하게 교육해 주었느냐는 응답에 그렇다고 대답한 경우는 손에 꼽힌다. 퇴직을 앞둔 DC형 가입자에게 상품운용에 있어 회사나 금융사가 도움을 주었느냐에 대한 질문을 해도 부정적인 답변 뿐이다.


건강상태에 따라 섭취해야 할 음식과 걸러야 할 음식이 달라지는 것처럼 라이프사이클과 개개인의 재무상태에 따라 퇴직연금 자산운용 전략이 변하고 디폴트옵션이 바뀔 수 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장기적으로 나의 노후자금을 꾸준히 늘려줄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하고 자산을 지키는 것이다. 다만 퇴직연금 시장은 낯선 경제용어를 이해하는 것 이상의 자산운용에 대한 이해와 노하우가 필요하다보니 많은 직장인이 숙련된 운용 경험을 가진 전문가집단인 금융사업자의 도움을 받는게 아닐까. 가입자의 퇴직연금자산을 세심하게 관리해주고 필요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신뢰할 수 있는 금융사가 판매하는 상품이 디폴트옵션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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