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플라스틱' 여유 부릴 시간 없다
국내 PET→PLA 대체 수요…해외 업체가 싹쓸이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6일 08시 0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팍스넷뉴스 정혜인 기자]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재질(PLA)이오니 일반 쓰레기로 버려주세요.' 


스타벅스 푸드 제품의 포장지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생소하다. 플라스틱은 재활용을 위해 일반쓰레기와 따로 분리해 버려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같이 버리라니. 카페에 오래 앉아 있다 보면, 이 문장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플라스틱 컵 재활용 투입구에 용기를 버리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재활용 투입구는 작아서 잘 들어가지도 않는데 꾸역꾸역 넣으려는 이용객도 간혹 존재한다.


분리배출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건 이 커피 프랜차이즈가 게을러서가 아니다. 썩지 않는 전통 플라스틱 대신, 일찌감치 자연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 포장재를 전 제품에 적용했기 때문에 이 시스템이 가능했다.



국내 편의점만 가도 '생분해성', 'PLA'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GS25의 경우 파우치 음료 구매 시 증정하는 빨대를 전량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바꿨다. CU는 일부 도시락 제품의 패키징을 180일 이내 자연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로 만들었다. 생수업체 '산수'는 플라스틱병 라벨을 바이오 소재 기반의 생분해성 비닐로 대체했다. 


이렇듯 환경을 생각한 플라스틱은 이미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앞서 언급한 업체들이 빨대·포장재 소재로 사용한 폴리락타이드(PLA)다. 그렇다면 PLA는 무엇일까. PLA는 '친환경과 생분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플라스틱이다. 옥수수, 사탕수수 같은 식물에서 추출한 전분을 원료로 해, 기존의 플라스틱처럼 석유를 사용해 만들지 않아 탄소저감에 기여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일정 시간이 흐르면 자연 분해돼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세계 PLA 시장은 글로벌 업체 네이처웍스(미국), 토탈(프랑스), 코르비온(네덜란드) 등이 장악하고 있다. 생산규모 기준 세계 1위 기업은 2002년부터 PLA 플라스틱을 생산 및 판매한 네이처웍스다. 토탈과 코르비온은 합작법인 '토탈 코르비온 PLA'를 통해 PLA 사업을 이어 왔으며, 세계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한다. 저장하이정 등 중국 업체들이 그 뒤를 잇는다.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업체들이 PLA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궁금해 찾아봤다. 전통 석유화학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만큼, PLA에서 역시 이름을 날리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 결과는 예상을 벗어났다. PLA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한 곳도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PLA를 전량 해외 업체로부터 수입해 사용한다. 


국내 업체들은 PLA 사업을 '검토'만 해 왔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다른 생분해 플라스틱 PHA, PBAT의 상업화를 준비하는 곳은 몇몇 있지만 PLA의 상업화를 준비하는 기업은 한 군데도 없다. 연구개발은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사업화에 대해서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여 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우리나라 화학 업체들이 차세대 플라스틱보다는 다른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관심을 기울인 영향이 아닐까 싶다. 전기차 배터리를 미래 사업으로 삼고 조단위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LG화학과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5조원을 투자해 미국에서 에탄크래커(ECC) 생산설비를 구축한 롯데케미칼만 봐도 그렇다.


업계는 글로벌 PLA 시장이 연평균 12%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PLA 소비량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대체 수요를 감당할 국내 업체가 없다. 당장 생산능력 구축 작업에 돌입해도 단기간 내 상용화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심지어 공급량은 부족한데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PLA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좋은 시장을 해외 업체에 통째로 내어주는 건 이제 시간문제다. 국내 업체들, 지금이 여유 부릴 때인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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