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원재연 기자] 카카오가 디지털보험시장에 진출을 공식화하며 플랫폼기업들의 보험업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존 금융권과 보험업계 또한 직접 디지털 보험사 설립에 나서거나 빅테크와의 공생을 택하고 나섰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페이는 내년 1월 디지털 손해보험사 카카오손해보험을 설립하며 보험업에 진출한다. 앞서 지난 6월 금융위원회에 보험업 예비인가를  취득한지 8개월만이며, 기존 보험사업자가 아닌 사업자의 인가로는 처음이다. 

현행 보험업상 디지털 보험사란 총 보험 계약 건수 및 수입 모험료의 90% 이상을 비대면으로 모집하는 업체란 의미다. 앞서 디지털 보험사는 지난 2013년 출범한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 지난 2019년 출범한 캐롯손해보험 뿐이었다. 

카카오와 같이 직접 보험사를 설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빅테크의 플랫폼을 빌려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기도 한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퍼블리카는 지난달부터 삼성생명과 동맹을 맺고 새로운 보험 프로세스 개발에 나섰다. 

삼성생명이 토스를 이용해 보험상담, 상품가입,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개발한다. 기존에 페이지에 보험파트너가 노출되는 등의 단순 광고성 제휴에서 벗어나 직접적으로 앱내 보험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디지털화된 보험 서비스가 주력하는 분야는 기존 보험사들이 공략하지 않던 '미니보험' 등의 틈새시장이다. 비대면 채널을 통해 기존 보험보다 만기가 짧고 소액인 보험을 판매하는 구조다. 

'카카오', '토스'와 같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과 방대한 데이터 등도 기존 금융사들의 경계 대상이다.  설계사들과 고객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공략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한 것도 한 몫을 한다. 실제 교보라이프플래닛의 비대면 보험 분석 서비스인 '바른보장서비스'의 상반기 이용자 60%는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와 기존 보험사들도 디지털보험사 견제를 위해 역량 강화와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금융지주 중에서는 신한금융그룹 또한 디지털 손보사 출범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10월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의 발행주식 92.54%를 인수하며 디지털보험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또한 생명보험 자회사인 신한라이프도 미니보험사 설립을 검토 중이다. 

변화를 택한 기존 강자도 있다. 앞서 삼성화재는 지난 2019년 카카오페이와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했으나, 무산되고 일부 보험 상품 판매등의 협업만을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디지털본부를 신설하고, 온라인을 통해 '미니보험' 등을 출시하는 등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디지털보험사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보험상품은 은행상품과 달리 보험의 종류와 납입기간, 특약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야 하며 상품구조 또한 복잡해 단순 비교가 쉽지 않다. 은행 상품에 비교해 이용자를 끌어모으기 쉽지 않은 구조 또한 고심이다. 납입 기간이 비교적 길고, 중도 해지시 손실 또한 예금보다 커 기존 고객들의 전환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들은 기존 보험사들이 제공하지 않던 미니보험, 소액보험등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며 "현재는 1사 1라이센스 원칙으로 대형 보험사가 소액보험 운영할 수는 없어 기존 보험사와 신생 디지털 보험사간의 경쟁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