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토지보상 문제로 수년간 답보상태에 빠졌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토지 '수용 재결'에 나섰다. 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나머지 토지에 대해 강제 매입에 돌입, 착공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산업단지 조성이 2025년께 마무리되면 이후 SK하이닉스가 본격적인 반도체 공장 건설에 돌입해 2027년 첫 생산공장이 완성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시행사인 용인일반산업단지㈜는 전날 경기도 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 재결을 신청했다. 용인일반산업단지는 SK에코플랜트, 용인도시공사 등이 지분 출자를 통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용인일반사업단지가 부지를 조성하고,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투자해 총 4개의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용인일반산업단지가 제출한 수용 재결은 공익을 위해 토지 등의 권리·소유권을 강제로 징수해 국가나 제3자의 소유로 옮기는 처분이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개발 부지 전체 면적의 50% 이상을 확보하면 수용 재결 절차를 통해 나머지 토지를 편입할 수 있다. 용인일반산업단지가 보상 협의를 완료한 부지는 최근 전체 사업부지 면적의 70%를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용인일반사업단지는 지난달 25일 용인시에 착공계를 제출, 가설 시설물(펜스) 설치 등 공사 기초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용인시 관계자는 "착공계를 제출한 이후부터 얼마든지 공사를 시작할 순 있지만, 토지보상이 완료된 구역에 제한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공사를 진행하기는 어려운 단계"라며 "시행사 측에서 이번 수용 재결을 통해 나머지 토지까지 소유권을 확보한 이후 본격적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일대에 들어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정부가 지난 2019년 2월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밝혔지만 각종 규제와 토지 보상 문제 등에 발목이 잡혀 3년이 지나도록 첫 삽을 뜨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산업단지 조성 보폭에 맞춰 오는 2024년께 용인 첫 생산공장(Fab) 착공에 나서 2026년 초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2025년 착공, 2027년 가동으로 목표 시점을 늦춘 상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국내 생산시설로 이천캠퍼스(M10·M14·M16), 청주캠퍼스(M11·M12·M15)를 갖추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준공되면 SK하이닉스는 '이천-용인-청주'로 이어지는 3각 생산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본사가 위치한 이천은 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R&D) 전진기지로 D램 생산을 맡고, 청주는 낸드플래시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용인은 D램과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별개로 추가적인 생산공장 신설도 검토 중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도 지난달 말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용인 부지에 팹을 갖추게 되는 시점 이전에 추가적인 다른 팹의 필요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추가적인 팹 수요가 확정이 되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