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설동협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 파업으로 국내 자동차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이어 육상운송 파업까지 겹치자 자동차 제조기업의 손실은 물론 고객들의 신차 출고 대기기간도 기약없이 늦어지고 있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화물연대의 부품 및 완성차 운송 거부로 생산 차질이 지속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하루 평균 5000~6000대를 생산한다. 

앞서 현대차측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하루 평균 생산손실이 약 2000대 가량 발생한다고 밝힌 상태다.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가 지난 9일부터 본격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4영업일(주말 특근 포함)째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선 현재까지 6000~8000여대의 생산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현대차 사업보고서를 보면 승용차 대당 평균가격은 약 4700만원이다. 생산을 못한 6000~8000대를 단순 산술적으로 따지면 피해액만 약 2800억~3700억원 규모에 이른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확한 생산손실 대수는 파악할 수 없다"면서도 "차량 생산 차질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차량 탁송 업무가 마비되면서 출고 준비를 마친 신차의 고객 인도도 차질을 빚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현대차는 울산공장에 있는 완성차를 공장 밖으로 빼내는 '로드탁송' 작업에 전국 국내사업본부 소속 직원과 현대글로비스 직원까지 투입했다. 울산공장에서 직원이 직접 차를 끌고 나와 100여㎞ 떨어진 영남·칠곡 센터까지 옮기는 형식이다.

문제는 고객들이 주행거리가 늘어난 차량을 받게되면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연기관차량 특성상 생산 후 이른바 '초반 길들이기' 작업이 필요한데, 여기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해당 차량들을 인도받는 고객에겐 주행거리 2000㎞를 보증 범위에 추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일부 고객들은 로드탁송 거부에 나설 조짐도 보이는 상황이다.

시장에선 화물연대의 파업 기간이 길어질 경우 신차 출고 대기기간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의 일부 인기 모델 신차 출고 평균 기간은 기본 5개월에서 최대 1년6개월이다. 당초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에 따른 영향이다. 여기에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탁송거부 및 지연이 겹칠 경우, 출고 대기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이미 부품 수급 차질 생겨 현대차의 생산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존에도 차량반도체 부족으로 출고 대기기간이 긴 상황인데 파업 이슈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맞물리면서 신차 출고 대기기간이 2~3개월 가량 더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