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올해 상반기 한화생명이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 수익성이 큰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판매 저변을 넓히고, 장기 채권 매입을 늘려 금리 민감도를 낮추는 등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29일 투자설명회(IR)를 열고 지난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57.4% 감소한 107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우선 금리 급등으로 인한 국내외 증시 부진으로 투자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했다. 수입보험료가 소폭 증가했지만 투자이익 감소분은 상쇄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수입보험료(6조3760억원→6조4780억원)는 일반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1.6% 증가했다. 일반보장성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 증가폭은 62.2%로 뛰었다. 보험사 신계약 매출 지표인 APE는 월납 등 여러 납입 형태의 보험료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값이다. 특히 지난 4월 출시한 '시그니처 암보험'의 선전이 일반보장성보험 매출을 이끈 것으로 전해졌다.

김호 한화생명 상품개발팀장(상무)는 "시그니처 암보험의 수입보험료는 지난 3개월간 평균적으로 매월 10억원씩 유입됐다"면서 "단일 상품으로 따졌을 때 이례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시그니처 암보험을 강화한 상품을 선보여 일반보장성보험 시장점유율(MS)을 장악할 계획"이라며 "동시에 종신보험 상품 라인업도 확충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투자부문 이익(1조7260억원→1조4000억원)이 줄면서 전체 순익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운용자산이익률은 0.71%포인트 감소한 2.84%로 급감했다. 신제도에 대비해 채권 매각을 줄인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며 이자비용, 채권평가손실 등이 늘어나자 투자영업비용이 2배 가까이 뛴 결과다. 특별퇴직으로 인한 퇴직금까지 발생하면서 일회성 비용 누수도 컸다.

다만 내부적으로 투자이익 감소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유찬 투자사업팀장(상무)는 "금리 상승으로 인해 줄어드는 기발행 국내 채권의 캐피탈 게인(자본이득)은 인컴게인(배당, 이자 등)이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체투자 손상차손은 전년보다 커질 수밖에 없겠지만, 평가액 기준으로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화생명은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국내 10년물 이상 장기채권 비중(65%→72%)을 차차 늘리고 있다. 자산‧부채종합관리(ALM)를 강화를 위해서는 듀레이션이 긴 장기채권 매입이 필수적이다. 금리 상승으로 새로 발행되는 채권의 투자수익률까지 커진 만큼 장기적으로는 관련 이익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경기 변동성이 큰 최근 환경이지만 고수익 일반보장성 보험 판매 확대를 바탕으로 보험 본연의 주요 실적이 개선됐다"며 "내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도 착실히 대비해 계속해서 성장세를 이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현행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은 167.7%으로 지난해 6월 말 대비 34.3%포인트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후순위채를 1조3000억원 가량 발행했으나, 금리 상승에 따라 기발행한 채권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떨어진 기타포괄손실누계액을 상쇄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