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코스피 18위. 시가총액 18조. SK이노베이션이 현재 국내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다. 60년이라는 기간 동안 SK이노베이션은 기업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거대한 변화를 겪어왔다. 직물회사 선경이 정유기업을 넘어 글로벌 그린 에너지 선도기업 SK이노베이션이 되기 까지, 크게 두 번의 '혁신'이 있었다.

30일 기업가정신학회는 SK서린사옥에서 'SK이노베이션 60년 혁신 성장 스토리'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SK이노베이션이 걸어온 60년을 국내 교수진이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다.

교수진이 주목한 것은 SK이노베이션 사명과 같은 '혁신(Innovation)'이었다. 교수진들은 직물 회사가 그린 에너지 선도기업으로 탈바꿈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두 번의 큰 혁신과, 크고 작은 혁신들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춘우 기업가정신학회장은 "SK이노베이션에는 10가지 스토리가 있고 여기에는 사내 혁신 언어들이 다수 발견된다"며 "최고 경영자들의 빅픽처는 물론 이것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계획, 체계적으로 준비한 것이 SK이노베이션 혁신의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대 혁신으로 꼽힌 두 가지는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하며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한 사건'과 'ESG를 중심으로 그린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을 선언한 것'이다. 이 학회장은 이를 SK이노베이션의 역사를 3시기로 구분하며 이 같은 혁신을 설명했다.

1기는 1962년부터 1979년까지로, 'SK의 유공' 이전 시기다. 이 시기는 직물회사 선경이 정유사업에 도전하기 이전까지의 기간이다. 2기는 선경이 유공으로 탈바꿈한 시기로, 1차 대 혁신기로 꼽힌다. 당시 고 최종현 선대회장은 유공을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으며, 해당 사건이 선경을 이노베이터로 만든 빅픽처 경영으로 평가됐다. 3기는 2차 대 혁신기의 기간이다. 그간의 혁신 성과를 수확하고 미래 혁신성장을 개척하는 기간으로, 2000년부터 현재까지를 말한다. 이 학회장은 이 기간을 'ESG 파이오니어 '글로벌 그린 에너지 선도기업'으로의 변신기'로 명명했고, 딥 체인지라는 두 번 혁신으로 설명했다.

1차 혁신기 '섬유에서 석유까지'라는 최 선대 회장의 슬로건 아래 석유사업에 진출해 석유, 섬유산업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당시 자원기획실을 설립하고 성공률 5%에 불과한 자원개발사업에 도전해 성공을 이뤄냄으로써 가스, 바이오 사업 도전을 위한 미래기반을 구축했다. 또한 정유기업으로는 드물게 유공 연구소를 설립·운영함으로써 정유기업을 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경영을 실행했다.

2차 대 혁신기에는 친환경 기업으로 대 전환을 선언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선도하는 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도하는 딥 체인지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SK이노베이션은 사회적 기업 육성, 사회적 가치 창출, 파이낸셜 스토리 설정, 이해관계자 행복 극대화 등을 추구하고 있다.

이 같은 혁신이 가능했던 이유로는 '수펙스 정신'이 꼽혔다. 수펙스 정신이란 인간의 최고 한계에 도전하고 최고목표를 지향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패기를 갖추고 소통화 화합, 행복을 추구하는 정신을 말한다.

이 학회장은 "최고경영자의 혁신 도전정신이 수펙스를 통해 임직원의 사내기업가 정신으로 체화돼 발현됐기에 가능했다"며 "SK이노베이션에는 최고경영자와 임직원의 기업가정신이 단합을 이루는 혁신지향의 노사문화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배종훈 서울대학교 교수 또한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리스크를 누가 짊어질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SK이노베이션은 리스크를 회사가 상당부분 짊어졌기 때문에 혁신이 가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