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새미 기자] 엔지켐생명과학의 코로나19 플라스미드DNA(pDNA) 백신 'ZyCoV-D(자이코브-D)' 생산 일정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엔지켐 관계자는 2일 팍스넷뉴스와 통화에서 "코로나19를 둘러싼 글로벌 환경의 변화가 많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일지 여러 가지 전략을 생각하고 있다"며 "무조건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글로벌 백신 환경에 부합되게끔 일정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초 올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됐던 자이코브-D의 생산·판매 시점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물론, 향후 일정조차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앞서 엔지켐은 지난해 11월 인도 제약사 자이더스 캐딜라(현 자이더스 라이프사이언스)와 자이코브-D와 제조라이선스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자이코브-D의 제조, 생산, 기술에 관한 권리를 확보한 엔지켐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생산·판매를 할 계획이었다.

한미약품은 현재 자이코브-D 생산에 착수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약품은 엔지켐과 지난 1월 자이더스-D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한 업체다. 엔지켐은 CMO 경험이 없기 때문에 엔지켐 컨소시엄을 통해 한미약품 보유 생산시설에서 백신 원액(DS)를 생산하고, 백신 포장은 B사와 C사를 통해 진행하기로 했다.

엔지켐의 기술이전 계약에 따르면 자이코브-D의 독점판매권은 2025년까지다. 경우에 따라 2년 추가 연장도 가능하지만 연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생산 시점이 미뤄지면서 판매 가능한 기간도 줄어들고 있다.

엔지켐은 지난 3월 자이코브-D 생산을 위해 168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자금 사용 계획에 따르면 백신 완제(DP) 생산시설 신축 비용으로 2407억원, DS 생산시설 신축 비용으로 928억원이 배정돼 있다. 유증 자금만으로는 전부 조달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DS 생산시설 신축은 자체 자금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자이코브-D 생산이 미뤄지는 데에는 엔데믹 전환으로 인한 시장성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자이코브-D의 시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생산에 착수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노바백스는 코로나19 백신 판매 부진으로 2분기 매출액이 8593만달러(약 2426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7.6% 급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31일(현지시간)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를 예방하기 위한 화이자, 모더나의 개량 백신을 추가적으로 승인했다. 자이코브-D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자이코브-D의 한국을 비롯한 8개국의 인허가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긴급사용허가를 한 인도의약품관리국(DCGI) 외에 자이코브-디에 대해 허가한 국가는 없다. 인도 판권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자이더스 라이프사이언스가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엔지켐은 국내 공급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사용승인(EUA)를 신청할 계획이었지만, 엔데믹이 다가오면서 일반적인 품목허가 신청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동남아와 남미 등 8개국의 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임상 데이터가 좋으면 새로운 코로나19 백신의 허가가 나겠지만 현 상황에서 코로나19 백신의 수요 자체가 많이 줄었기 때문에 생산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 사회에서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이 표준으로 자리잡은 상태에서 인도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경쟁력을 갖기는 힘들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