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7일 부산 이전 관련 의견을 밝히기로 예정했던 설명회가 직원들의 반발로 무산되자 다음날 전 임직원들의 이메일로 서신을 발송해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강 회장은 "어제 여러분께 드리고 싶었던 말씀을 이 글로 대신 전하고자 한다"며 "6월 7일 임명 이후 산적한 현안을 챙겨야 하는 회장으로 책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6월 21일 첫 출근을 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의도와 달리 직원 여러분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점, 늦게나마 심심한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서신에서 부산 이전과 관련 임직원들의 안타까움을 이해한다면서도, 지방이전이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어 철회가 어렵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또 이와 같은 상황에서 산은이 주도적으로 여러 문제들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제가 드리는 말씀이 여러분들에게 분명 불편한 진실이 될 것"이라며 "여러분이 이해하시는 것처럼 은행의 부산 이전이 국정과제에서 제외될 가능성은 없다"라고 못박았다.

강 회장은 "산은의 지방 이전은 지난 대선의 주요 공약이자 정부의 역점 국정과제로 다뤄지고 있다"며 "산은이 동남권의 산업을 부흥시키고 이를 통해 국가 경제를 이끌어 줄 것과 산은 또한 그 역할을 강화하고 조직을 확대해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하라는 것이 산은에 대한 정부의 주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지금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는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남이 결정한 길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만은 막아보자는 것이 산은을 책임지고 있는 회장으로서 제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직원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특히 강 회장이 임직원들과 논의 없이 지방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직원은 강 회장의 서신이 전달된 8일 산은 전 직원이 볼 수 있는 내부망 게시판에 게시한 답장을 통해 "어떠한 결정도 구성원과의 소통 없이 독단적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부산 이전과 관련해 임직원들과의 소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회장님께서 진심으로 산업은행을 사랑하시고 아끼게 되셨다면 저희 직원들 편에서 지방이전 반대를 위해 앞장서서 힘써주실 생각을 해주실 순 없으신지요"라며 "최소한 저희 조직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명확하게 지방이전 반대 의지를 전달하고 직원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부탁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산은 부산 이전에는 속도가 붙고 있다. 김희곤 국민의힘 위원은 지난 5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산업은행 부산이전 추진계획'을 받아 발표했고, 강 회장은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해 주재한 '제7차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산은 본점의 부산이전을 강조하자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최대한 신속하게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은 노조는 오는 16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총파업에 참여해 지방 이전 반대를 요구하며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