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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오른 고졸사원, 포항제철소 깨우다
김진배 기자
2022.11.24 11:15:18
중단 약 3개월 만에 일부 가동하며 기지개...내년 1분기 내 완전 정상화 목표

[팍스넷뉴스 김진배 기자] 잠들었던 포항제철소가 2달 만에 서서히 눈을 뜨고 있다. 총 18개 압연공장 중 올해 15개를 복구한다. 내년 1분기면 힌남노가 지나간 흔적을 완벽히 지우고 완전 정상 가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복구에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외부 평가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이 기적적인 반전은 복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헌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경영진은 과감한 결단으로 고로를 살렸고, 고졸사원 1호 명장은 공장 핵심 모터를 복구했다.

지난 9월6일 범람한 냉천의 평소 모습.사진/팍스넷뉴스

기자는 23일 포항제철소 방문에 앞서 냉천을 둘러봤다. 한강을 주로 보던 시각에서, 냉천은 개울가를 연상시킬 만큼 작았다. 전날과 당일 새벽까지 비가 내려 물살이 있는 정도였는데, 평소에는 물도 많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라고 한다.


이 건천을 지난 9월 상륙한 힌남노는 기록적인 폭우를 동반해 한강처럼 만들었다. 특히 냉천이 좁아지는 길목에 있던 냉천교는 물에 떠밀려온 온갖 잔해들로 수문 역할을 해 강물이 흘러가지 못하고 넘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그렇게 포항제철소는 9월6일 물에 잠겼고 처음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냉천이 범람하면서 여의도 면적에 달하는 제품 생산라인의 지하시설이 완전 침수됐다. 지하 생산라인은 길이 40km, 깊이 8~15m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규모였는데, 범람한 냉천은 이를 모두 채우고도 지상 최대 1.5m까지 세를 불렸다. 범람한 포항제철소 내부에 토사물을 그대로 남겼다. 말 그대로 불가항력적 천재지변이 발생한 것이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아는 힌남노로 인한 포항제철소의 상황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간 접해온 힌남노 이후 포항제철소의 이미지는 전쟁터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약 3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한 포항제철소는 본래의 모습을 서서히 찾아가고 있었다. 지하 시설엔 토사물을 찾아볼 수 없었고 전선·모터복구 등 공장 가동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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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복구가 완료돼 정상 가동 중안 공장도 여럿 있었다. 복구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일부 평가를 완전히 뒤집고 일부 정상화에 성공한 것이다. 현재 18개 압연공장 중 1열연, 1냉연 등 7개 공장이 정상 가동 중이다. 올해까지 15개를 재가동시켜 기존 공급하던 제품을 정상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외부의 예상과 달리 복구가 빠르게 가능했던 이유에는 경영진의 적절한 판단과 임직원의 헌신, 다양한 도움의 손길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정우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은 힌남노에 대비해 50년만에 처음으로 고로 3기를 동시에 휴풍시키는 결정을 했다고 한다. 고로는 처음 가동을 개시한 이후 단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었다. 40년 넘게 포항제철소에서 고로를 다루고 있다는 김진보 선강부소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고로는 수십 년 동안 수많은 태풍을 견뎌왔기에 처음에는 과도한 조치라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내 새끼 같은 고로를 지켜준 경영진의 결정이 감사할 뿐"이라 회상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3고로에서 출선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는 고로를 중단하면서 쇳물이 굳는 냉입(冷入) 발생을 사전에 방지해 중단 4일 만에 고로를 재가동시킬 수 있었다. 포스코는 "이는 세계 철강산업 역사상 보기 드문 사례"라며 "이후 냉천 범람에 직격탄을 맞아 피해가 심했던 압연공정 복구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고로가 파손돼 쇳물을 만들지 못하면 제철소 자체가 중단된다. 고로가 살아있었기에 다른 공정 복구도 의미가 있었다.


침수피해가 막심했던 압연공장도 복구가 일부 완료돼 가동 중이었다. 침수된 지하에 연결됐던 100km가 넘는 전선을 복구했고, 공장 구동에 필수적인 모터도 본래 상태로 되돌렸다. 대부분의 모터가 침수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침수된 모터를 새것으로 교체하지 않고 직접 분해·세척해 복구하는 방식을 택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모터를 신규 발주해 제작·설치하면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최대 170t에 달하는 압연기용 메인 모터 복구작업은 사내 명장 1호인 손병락 씨의 주도 하에 이뤄지고 있었다. 총 47대 중 33대를 자체적으로 분해·세척·조립해 복구하는데 성공했으며 현재 나머지 모터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손 씨는 "힌남노가 쓸고 간 다음 날 포항제철소는 중국 황하는 보는 듯 했다"며 당시 심각한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2압연 공장이 중단되면 대한민국 철강산업이 무너진다는 것을 알기에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며 "이 고졸사원의 말을 경영진이 믿어줬고 이 방법으로 실제 모터를 복구해 공장을 가동할 수 있었다. 복구에 참여한 사람들이 나머지도 혼을 담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구 중인 2압연공장. 사진제공/포스코

손 명장이 언급한 2열연 공장은 포항제철소가 연간 생산하는 1350만t의 제품 중 500t이 통과하는 공장이다. 자동차용 고탄소강, 구동모터용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 스테인리스 고급강 등 주요 제품들이 꼭 거쳐야 하는 매우 중요한 공장이다. 2열연 공장은 올해 내 정상 가동될 수 있을 전망이다.


힌남노가 지나간 직후 포항의 볼거리였던 포항제철소 야경은 사라졌다. 그러나 복구에 참여해 희생하고 있는 임직원, 직·간접적 도움을 준 사람들이 있기에 포항제철소는 다시 불을 밝힐 준비를 하고 있다. 포항제철소를 안내해 준 코디네이터는 "포항제철소에서 일하는 남편의 얼굴을 못 본지 몇 주째 인지 모르겠다. 보고싶다"고 말했다. 이들의 숨은 노력이 있기에 내년에는 본래의 밝은 포항제철소의 야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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