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기술투자는 지난 15일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동' 내용을 공시했다. 해당 공시는 우리기술투자의 지난해 영업수익,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직전 연도(2021년) 보다 일제히 급감했다는 내용이다.

우리기술투자의 영업수익은 2021년(8242억원) 대비 95.7% 하락한 354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의 경우 2020년(447억원) 보다 영업수익이 1840% 이상 급등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전년과 비교해 둘 다 1조원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다. 우리기술투자는 지난해 430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7927억원 영업이익을 낸 것에 비해 1조2235억원 급감한 규모다. 당기순손익도 전년(6194억원) 대비 9472억원 폭락해 3278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대폭 하락한 영업실적의 원인으로 우리기술투자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공정가치 평가액 급락'을 꼽고 있다. 우리기술투자는 두나무 지분을 7.24% 보유 중이다. 해당 두나무 지분의 공정평가 가치는 2021년 8095억원까지 오르며 투자원금(55억원) 대비 약 150배가량 뛰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4549억원으로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실제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대폭 감소했다. 비상장 거래 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에서 현재 두나무는 1주 당 12만원 내외로 거래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한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4조원 안팎이다. 한때 20조원까지 치솟았던 기업가치는 4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우리기술투자의 영업실적 감소는 다른 벤처캐피탈에 비해 더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최근 다른 벤처캐피탈들 역시 지난해 감소한 영업 실적을 속속 발표 중이다. 지난해 벤처투자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 영향으로, 투자한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대폭 감소한 탓이다. 직전 연도 '최대 실적'을 달성해, 지난해 실적 감소폭이 더 커 보이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벤처캐피탈들은 실적이 예년 수준으로 회귀한 것과 달리, 우리기술투자는 실적이 한참 더 후퇴했다. 두나무 지분가치가 급상승하기 직전인 2020년 영업이익(366억원)에도 못미친 상황이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0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2012년 당시 우리기술투자는 영업손실 33억원, 당기순손실 19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벤처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피투자사 지분가치는 공정가치를 기준으로 시기에 따라 평가하다보니, 해당 기업가치 하락이 평가손실로 그때그때 다르게 반영된다"며 "하지만 이는 평가액 기준 손실이며, 우리기술투자가 두나무 초기 투자에 성공해 현재 큰 수익을 확보한 상황은 맞다"고 설명했다.

우리기술투자 관계자는 "두나무의 경우 지분 취득원가 전액에 대해 본계정 투자한 것이 다른 벤처캐피탈에 비해 영업실적이 더 크게 감소한 이유"라며 "본계정 투자의 경우 투자한 기업의 지분 공정가치 평가액이 하락하면, 재무제표 상에 손실이 그대로 다 반영되는 탓"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