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최근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이 개악(改惡)논란을 빚은 덴 정책변경의 효익이 항공사에 쏠릴 우려가 크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단거리-장거리 노선 간 혜택 조정을 통해 부채로 인식되는 마일리지(이연수익)는 소멸시키고 과점시장을 형성한 장거리 노선에선 수익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까닭이다.

오는 4월 1일자 발권 분부터 시행 예정인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의 골자는 보너스 항공권 적용대상이 기존 '지역'에서 '거리'로 바꾸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선 ▲일본·중국·동북아 ▲동남아·괌 ▲서남아·타슈켄트 ▲북미·유럽·중동·대양주로 정해진 구간은 개편 이후 국내선 제외 최장 10구간으로 나뉘게 된다.

대한항공은 이 과정에서 마일리지 사용액도 조정했다. 단거리 노선에 대한 혜택은 확대하고 장거리의 경우 더 많은 마일리지를 쓰게 한 것. 실제 이코노미석 기준 현재 2만2500만일을 써야 하는 일본 보너스 항공권(성수기)의 경우 개편 이후에는 1만5000~2만마일로 11.1%에서 최대 33.3%가량 저렴해진다. 하지만 같은 기준으로 현재 5만2500마일인 인천-로스앤젤레스간 항공권은 5만2500마일에서 개편 후 6만마일로 14.3% 증액된다.

이 같은 개편안에 대해 소비자·정치권, 대한항공은 서로 엇갈린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회사 측은 수요가 많은 단거리 노선의 보너스항공권을 싸게 내놓은 만큼 소비자 이익이 증대됐다고 자평 중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보너스항공권 구매 고객 가운데 국내 및 일본·동남아 등 단거리 고객 비중은 76% 수준이며 장거리항공권 구매가능 고객은 4%에 그친다. 그만큼 개편안이 소비자 친화적이란 주장이다.

반대로 소비자와 정치권은 개편안이 대한항공에 유리하게 설계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독과점 노선의 이익이 극대화되고 ▲이연수익을 소멸시킬 기회도 창출해냈단 것이다.

우선 대한항공은 개편을 통해 부채인 이연수익 해소로 자본건전성을 향상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연수익은 고객이 마일리지를 쓰거나 사용 기한이 지날 경우 부채에서 사라지는 계정인데 단거리 노선에 대한 혜택 확대는 '사용'과 '소멸'이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이 큰 편이다. 

중단거리 노선은 저비용항공사(LCC)의 발길도 닿는 만큼 대한항공 마일리지 사용액이 크게 확대된다고 보장할 수 없는 데다 사용 시엔 이연수익도 줄어든단 점에서다. 이 경우 대한항공은 재무구조도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작년 9월말 기준 회사가 안고 있는 이연수익규모는 2조6824억원으로 총부채(20조666억원) 가운데 13.4% 수준이다.

아울러 시장은 미주 등 단가가 높은 노선에 대한 보너스항공권 수요가 감소하는 만큼 대한항공이 취할 마진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19일 "고객에게 코로나 기간 살아남게 해줘 감사하단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망정 불만을 사는 방안을 내놨다"고 비판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 기인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정치권 등 외부로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치자 마일리기 개편안의 내용을 일부 수정하겠단 뜻을 내비친 상태다. 여기에는 4월 1일로 예정된 적용시점 변경, 마일리지 사용액 조정, 보너스항공권 추가 도입 등이 꼽히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사는 마일리지 관련 현재 제기되는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반적인 개선 대책을 신중히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