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하이브가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지분 전량을 카카오의 공개매수 참여 방식으로 처분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을 통해 카카오는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을 한껏 끌어올렸다. 하이브도 대규모 시세차익으로 곳간을 채울 수 있게 됐다. 

◆ 하이브, 카카오에 에스엠 보유 지분 전량 매각 추진

하이브는 현재 보유 중인 에스엠 주식 375만7237주(15.78%)를 주당 15만원, 전체 5636억원에 처분하겠다고 24일 공시했다. 주당 15만원은 카카오에서 제시한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 가격이기도 하다. 

카카오는 26일까지 에스엠 주식을 최대 833만8641주(35%) 공개매수한다. 다만 25일과 26일은 주말이라 24일이 공개매수에 참여할 수 있는 마지막 날짜다. 이번 공개매수를 주관하는 한국투자증권도 24일 오후 3시 30분경 본점과 전국 지점에서 공개매수 청약 접수를 끝냈다.  

하이브는 "에스엠 경영권 취득을 철회함에 따라 보유 지분의 공개매수 참여 후 일부 또는 전부 매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하이브는 에스엠 경영권을 놓고 카카오와 경쟁하다가 12일 인수전에서 물러나는 대신 플랫폼 사업에서 협업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이브가 이번 공개매수에 참여하더라도 보유한 에스엠 지분 전량을 실제로 처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응한 지분이 목표치 35%를 넘어서면 안분비례로 주식을 사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개매수에 응한 지분이 전체 70%라면 주주 1명당 공개매수를 신청한 에스엠 주식의 절반만 팔 수 있는 방식이다. 하이브도 "처분 이후 소유 주식 수와 지분 비율은 공개매수 종료 후 실제 처분한 주식 수가 바뀜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카카오는 공개매수 성공, 하이브는 시세차익 일거양득

카카오가 추진하는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는 하이브의 참여 결정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현재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7일부터 에스엠 주식의 35%를 절반씩 나눠 주당 15만원에 매입하는 공개매수를 진행해 왔다. 

이번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에스엠 보유 지분량을 4.91%에서 39.91%로 끌어올리게 된다. 나아가 31일 에스엠 정기주주총회에서 카카오 우호세력인 에스엠 현 경영진이 추천한 이사들이 선임되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때마침 컴투스 역시 보유한 에스엠 주식 99만1902주(4.2%)를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주당 15만원, 전체 1488억원에 전량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하이브와 컴투스의 에스엠 보유지분만 합산해도 19.98%에 이르게 된다.

에스엠 개인주주들 역시 공개매수에 다수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에스엠 주가는 최근 10만~11만원 사이를 횡보하다가 24일 10만7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의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15만원은 개인주주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이브도 이번 공개매수에 참여하면서 최대 1127억원 규모의 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됐다. 앞서 하이브는 주당 12만원에 에스엠 주식 전체 15.78%를 확보하면서 4509억원을 썼다. 카카오가 주당 15만원에 이 주식을 모두 사간다면 하이브는 5636억원을 쥐게 된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1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셈이다. 하이브가 2022년 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5316억원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다만 하이브가 실제로 팔게 될 에스엠 주식 물량은 이번 공개매수 경쟁률에 달렸다. 카카오가 35%를 초과하는 물량은 사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 경쟁률은 28일 공시된다. 

이규연 기자 gwen@deals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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