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네버슬립]
뉴욕워치
경제 악재는 시장 호재? "이제는 아니다"
잇따라 나오는 노동시장 둔화 신호, 경기침체 공포 키워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7일 08시 1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성 금요일' 휴장을 하루 앞둔 미국 증권시장이 소폭 상승했습니다. 당초 시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에 부진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FRB) 총재의 발언이 나오며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었죠. 대표적 매파 인사인 그는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잘 버텨주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은행 위기의 여파로 은행들의 대출이 줄어들고 신용경색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이는 시장의 우려를 부분적으로나마 완화해 주는 역할을 했어요.


우선 경제지표부터 볼게요. 이날 나온 지난주(3월 26일~4월 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2만 8000건을 기록했습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의 중앙값이 20만 건이었으니, 이를 웃돈 거죠.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 건수는 182만 3000건을 기록해 마찬가지로 전망치를 크게 뛰어넘었습니다.


또한 계절 조정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이번 발표부터 계절 조정 변수를 새로이 하면서 기존 수치가 잇따라 업데이트됐는데요. 직전 수치였던 3월 19일~25일 청구 건수는 당초 19만 8000건에서 24만 6000건으로 대폭 상향 조정됐고, 3월 12~18일 수치도 19만 1000건에서 24만 7000건으로 올라갔습니다. 즉 추세적으로 꾸준히 20만 건을 상회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계절 조정에 왜곡이 있어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4~5만 건씩 적게 나왔을 수 있다"며 "연초부터 평균 약 4만 5000건 정도 낮게 발표됐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즉 시장이 생각한 것보다 노동시장 둔화세가 더욱 강했다는 거예요.


이전까지 노동시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것은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죠. 최근까지 월스트리트가 주목하던 가장 큰 변수는 인플레이션이었는데, 강한 노동시장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죠. 시장은 노동시장이 위축되면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정책도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경제에는 악재인 소식이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 배경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플레이션보다 더욱 큰 문제로 꼽히는 게 있죠. 바로 경기침체입니다. 여러 경제지표를 통해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음이 드러났고, 은행 위기까지 터지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미국 경제를 버티게 해줬던 노동시장이 무너지면 정말로 침체가 현실화될 수 있어요. 즉 노동시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게 더는 호재가 아닌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월스트리트의 저명한 이코노미스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앞으로 나쁜 소식은 나쁜 소식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의 발언이 시장의 분위기를 환기해 준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는데요. 그는 "GDP 성장률이 2022년 하반기에 개선됐다"며 "애틀랜타 연은의 GDP나우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성장률은 지난 3일 기준 1.7%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실질 소비지출도 예상보다 강했다"고 덧붙였고요. 또한 노동시장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노동시장 성과도 여전히 강하다"며 "일반적으로 강한 노동시장은 GDP의 가장 큰 구성 요소인 소비지출에 좋은 조짐"이라고 언급했어요. 커지고 있는 경기침체 공포를 완화하기 위해서였죠.


불러드 총재는 경기침체 우려를 키웠던 또 다른 요소인 신용경색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돌아서면서 대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이는 지금까지 가계대출에 기대 버텨왔던 소비를 약화시키는 요소고요. 그러나 불러드 총재는 "은행 대출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건 분명하지 않다"며 "충분한 유동성과 자본이 있는 한 그들은 계속해서 대출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어요.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릅니다. 불러드 총재의 말과는 달리 잇따라 나오는 데이터에서는 노동시장 둔화 조짐이 보이고 있죠. 따라서 현재 상황을 조금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올 데이터를 주시해야 하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7일(현지시간) 나올 3월 고용보고서입니다. 이 자료를 통해 노동시장의 상태를 점검하고, 이후 나올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까지 살펴봐야 해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데이터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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