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리포트]
무림
이도균, 기업가치 못 챙기나 안 챙기나
①실적 개선에도 주식 저평가 심각…증여 고려 시 부양해도·안 해도 문제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7일 17시 1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무림그룹이 오너 3세 체제 4년차를 맞은 가운데 실적과 기업가치가 크게 엇박자를 내 재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제지사업이 사양화되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제고하는 성과를 냈지만 그룹의 주력 3사(무림SP·무림페이퍼·무림P&P)는 여전히 저평가를 벗어나지 못한 까닭이다.


무림그룹은 창업주 故이무일 회장이 1956년 모태인 청구제지공업으로 설립한 곳으로 현재 10개 계열사를 아우르고 있다. 창업주가 타개한 후에는 2세인 이동욱 회장이 그룹을 이끌었고 2020년 이동욱 회장의 장남 이도균 사장이 주력사 대표이사에 오르며 3세 경영을 본격화 했다.


최근 실적만 고려하면 이도균 사장은 3세 경영체제를 연착륙했단 평가를 받는다. 주력 3사의 경우만 봐도 매출은 이 사장 취임 전 1조2231억원에서 지난해 1조4293억원으로 16.9% 늘었고 영업이익 역시 28.2% 증가한 697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각사별로 매출감소, 원가부담 상승 등으로 영업적자를 내기도 했지만 펄프부터 제지생산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로 그룹 합산으론 흑자경영을 유지했다.



이 사장은 취임 4년차인 올해 더 큰 이익을 낼 것으로도 전망되고 있다. 무림P&P가 취급하는 펄프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한 가운데 팬데믹 기간 치솟은 물류(해상·육상 등)운임도 안정화 됐단 점에서다. 실제 무림P&P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4.3% 급증한 143억원에 달했고, 무림페이퍼는 4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하기도 했다.


문제는 실적과 주력사들의 기업가치가 반비례하고 있단 점이 꼽힌다. 올 3월말 기준 무림SP와 무림페이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6배, 무림P&P는 0.35배로 각각 집계됐다. 현재 이들 회사의 시가총액이 회사의 순자산보다도 낮다는 얘기다. 또 다른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도 사정은 비슷했다. 무림페이퍼와 무림P&P의 현재 PER은 각각 4.59배, 4.92배로 동일업종(종이·목재)기업 15곳의 평균치(27.03배)의 2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시장은 이를 두고 종목 특성의 한계와 더불어 오너일가가 주주환원에 의지가 없기 때문 아니겠냐는 시선을 견지 중이다. 실제 무림그룹 상장 3사는 수년째 매년 배당을 하곤 있지만 무림P&P를 제외한 회사들의 배당수익률은 0.8%에서 1.9%에 그칠 만큼 낮다. 무림그룹사에 주식투자를 할 경우 배당으로 얻을 수익이 한국은행 기준금리(3.5%)보다도 적자는 의미다. 아울러 이들 회사는 자사주매입·소각 프로그램 등의 인위적 주가부양책을 단 한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자사주매입·소각은 시장에 풀린 유통주식을 거둬들인다는 측면에서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행보로 풀이된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아세아제지 등 주요 제지회사들의 PBR이 1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양화되고 있는 데다 미래먹거리를 찾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투자자들에 인기를 얻기 어렵기 때문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주주환원책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저평가가 지속된 가운데서도 자사주매입을 아예 하지 않는단 점은 아소 의아스럽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오너가 증여세 절감 차원에서 주가를 가라앉힌 것 아니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현재 무림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일가→무림SP→무림페이퍼→무림제지 등 손자회사→미래개발 등 증손자회사로 구성돼 있다. 이도균 사장은 무림SP의 최대주주(21.37%)로 있지만 온전한 경영승계를 위해선 부친 소유의 20.84%를 추가로 확보해야할 필요가 있다. 7일 기준 해당 지분의 가치는 108억원이며 무림SP의 PBR이 1를 기록할 시엔 307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도균 사장 입장에선 증여세가 50여억원에서 150억원 가량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한편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에 대해 무림그룹 측은 "현재로선 (자사주 매입 등) 계획하고 있는 게 없다"고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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