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자사주 831억 매입…소액주주 엑시트 '주목'
210만주 주당 3만9600원 매입 계획…"자금회수 기회 제공, FI 분쟁 관련 없어"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2일 14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비상장사인 교보생명보험이 83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보통 자사주 매입은 상장사들이 주가부양 및 주주환원 확대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비상장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면 대주주 의결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교보생명은 그간 추진했던 기업공개(IPO)가 지연되면서 재무적투자자(FI)를 비롯한 주주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지주사 전환을 앞둔 교보생명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기존 주주들의 엑시트 기회를 제공하면서 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추진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21일 210만주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1주당 3만9600원에 취득해 모두 831억6000만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오는 7월31일부터 8월21일까지 기존 주주로부터 주식 양도신청을 받은 뒤 8월28일 매입대금을 납부한다는 계획이다.


◆ 비상장사 자사주 매입, 대주주 의결권 강화 기대


교보생명이 공시대로 210만주 전량을 자사주로 매입해 대금 납입이 완료되면 취득한 210만주의 의결권은 제한된다. 자사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데 따라 기존 주주들 의결권은 확대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사주를 매입하면 의결권이 사라지고 그만큼 발행주식 총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며 "그에 따라 주주들의 지분율에도 변동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상장사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수량을 줄여 희소성을 높이거나 주당 배당금을 늘리는 등 주가부양을 노린다. 비상장사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나기 떄문에 지배구조 안정, 대주주 의결권 강화 등 창구로 쓰이기도 한다. 


이처럼 자사주 매입은 주주들의 지분율 및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교보생명이 수년째 재무적투자자(FI)와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FI와 갈등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교보생명이 이번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는 데 있어 FI와 분쟁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 지주사 전환 의결권 높이기…FI 풋옵션 분쟁 영향 '주목'


지난 2012년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A, GIC 등)은 교보생명 지분 24%를 떠안았는데, 이 과정에서 3년 안에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대주주에게 주식매수를 요청할 수 있는 풋옵션 조항을 넣었다. 2018년까지 교보생명 IPO는 마무리되지 않았고 어피너티컨소시엄은 풋옵션을 청구했다. 하지만 어피너티측이 요구한 풋옵션 행사가가 40만원을 웃돌면서 교보생명측과 분쟁이 벌어졌다.


교보생명은 FI측에서 요구하는 풋옵션 행사가액을 감당하지 못하는 만큼 지주사 전환 및 IPO를 통해 FI와의 갈등을 봉합하려는 계획을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무려 지분 24%를 들고 있는 어피너티컨소시엄의 동의가 없다면 어려운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인적분할을 통해 자산을 분리하고 지주사와 사업회사를 출범해 지주사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적분할은 주주쵱회 특별결의 안건에 해당한다.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올해 1분기 말 기준 교보생명의 최대주주는 오너일가인 신창재 회장이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지분 33.78%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까지 더하면 36.91%로 올라간다. 교보생명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FI 코세어캐피탈 지분 9.79%를 고려하면 의결권 46.70%를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특별결의 안건을 통과시키는 데 필요한 66.7%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교보생명으로서는 지주사 출범을 위해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대주주 지분율 확대 등을 꾀할 수 있는 만큼 그 배경에 수년째 이어진 FI와 갈등이 자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교보생명이 공시한 자사주 매입 규모가 전체 지분의 2.05%에 불과해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더해 최대주주측 지분율만 올라가는 것이 아닌 어피터니컨소시엄 측 지분율도 확대된다는 점에서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FI 측에서 제시한 1주당 적정 가치와 이번 자사주 매입 가액 사이 차이가 있는 데 따라 기존 주주들의 양도신청이 저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8년 풋옵션을 청구하며 1주당 41만원을 책정했다. 이후 교보생명이 1대 5 비율의 액면분할을 추진한 데 따라 현재 1주의 가치는 약 8만원이 된다. 이번 자사주 매입가액 3만9600원은 절반정도에 그친다.


이번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교보생명은 "IPO가 늦어지는 데 따라 소액주주 및 우리사주 조합원들에게 자금회수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자사주매입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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