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새 이사회 구성…짙어지는 낙하산 우려
30일 임시 주총 개최…정관 변경 및 이사선임 등 의결
7월 차기 CEO 후보자를 확정...8월 CEO 선임 절차 완료 목표
낙하산 인사 방지 요청에 두루뭉술 답변만
이 기사는 2023년 06월 30일 18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가 30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2023년도 제1차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딜사이트)


[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낙하산은 절대 안 된다는 얘기를 들어야겠습니다."


KT가 새로운 이사회를 꾸리고 차기 대표이사(CEO) 선임에 속도를 낸다. 넉 달째 이어진 경영 공백기를 벗어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와 불신은 여전하다. 최근 KT가 정관상 대표이사 자격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성과 관련한 규정을 삭제하는 등 외풍 빌미를 제공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KT는 30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 새로운 이사진 선임과 대표이사 자격 요건 변경 등 굵직한 안건이 다뤄지는 만큼 이날 주총장은 회의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KT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박종욱 사장이 단상에 오르자 고성이 빗발쳤다. 강성 노조 소속으로 추정되는 일부 주주들은 'KT 적폐 완전 청산'이라는 팻말을 들고 박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구현모 전 대표와 함께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사건으로 재판을 치르고 있는 박 사장이 계속해서 직무대행을 수행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박 사장은 이러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서 올 초부터 벌어진 지배구조 이슈로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사외이사 선임절차를 시작으로 대표이사 선임 절차와 이사회 역할 등 전반적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차분하게 주총을 이어갔다. 


KT는 박 사장의 자격 여부를 놓고 입씨름을 벌일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사진들의 연이은 사퇴로 초토화된 이사회 재건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KT는 이날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 각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일부 주주들은 경영진이 주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졸속으로 안건을 처리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대다수 주주들은 경영 정상화가 급선무라며 안건 통과를 반기는 모습이었다. KT는 이들 주주의 호응에 힘입어 신규 사외이사 7명을 선임해 이사회 구성을 마쳤다.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는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이승훈 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최양희 한림대 총장 등이다. 


이들은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용헌 사외이사와 함께 8인 체제의 새로운 이사회를 이끌게 된다. KT는 새로운 이사회를 중심으로 차기 CEO 선임 절차에 돌입한다. 7월 중 차기 CEO 후보자를 확정하고 늦어도 8월 임시 주총에서 CEO 선임 절차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낙하산 우려를 낳았던 대표이사 자격 요건도 그대로 확정됐다. KT는 이날 정관상 대표이사 자격 요건을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 전문성 등으로 변경했다. 기존 요건이었던 'ICT 분야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 등'을 삭제하고 '산업 전문성'을 추가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낙하산 인사 추천을 위한 물밑 작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이사 후보 심사기준에서 'ICT 분야 전문성'이 빠지면서 통신 비전문가도 KT 대표이사로 내정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주총에서 발언권을 얻은 김미영 KT새노조 위원장은 "정관 개정이 낙하산을 받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의구심이 든다"며 "박종욱 직무대행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정확하게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의 요청에 박 사장은 다소 두루뭉술한 대답을 내놨다. 그는 "새 이사회를 중심으로 절차에 따라 대표이사 선임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뉴 거버넌스 구축 TF'가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해 많은 고민을 했고 내외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선안 중 핵심 내용은 다수 지지를 받는 최적의 대표이사를 선임한다는 것"이라며 "그런 과정들이 준비됐다는 것을 참고해 달라"고 덧붙였다.


KT는 이날 사내이사 수를 3인에서 2인으로 축소했다.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경영 감독 역할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 밖에 복수 대표이사 제도를 폐지하고,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의결 기준을 의결 참여 주식의 50% 이상 보통결의에서 60% 이상 찬성으로 상향했다.


박 사장은 "안정성과 성장성을 겸비한 KT 펀더멘탈은 변함없다"며 "새롭게 개선된 지배구조에서 성장기반을 단단히 다져 KT의 더 큰 도약을 위한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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