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 지킨 KB금융…윤종규 4연임 '촉각'
'알짜 M&A' 전략으로 신한금융과 격차↑…금융당국 개입 변수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1일 08시 5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KB금융이 상반기 신한금융과의 순이익 격차를 벌리며 리딩금융을 차지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꾸준히 추진해 온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가동 직후 탄탄한 실적을 내면서 윤 회장의 4연임에도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상반기 2조99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선제적인 건전성 제고를 위해 상반기만 1조3195억원의 충당금을 신규 전입했음에도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리딩금융 자리를 놓고 다투던 신한금융과의 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지난 1분기까지 1112억원이었던 KB금융과 신한금융과의 순이익 격차는 지난 상반기 3705억원으로 1분기의 3.5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상반기 KB금융의 실적 개선에는 은행 뿐만 아니라 비은행 자회사들의 순이익 기여도 또한 컸다. 지난 상반기 국민은행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7.7%, 비은행 자회사는 9.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실적에서 비은행 자회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8.5%에서 올해 42.3%로 늘어났다. 반면 신한금융은 은행과 비은행 자회사 실적이 전년대비 각각 0.2%, 1.7% 감소했다.


이와 같은 비은행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었던 이유로는 KB금융의 탄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꼽힌다. 통상 카드 및 캐피탈, 저축은행 등의 계열사들은 기준금리 인상기에 조달비용 및 충당금이 증가하면서 순이익이 감소하는 반면 유가증권 운용 규모가 큰 보험사나 증권사 등의 계열사 실적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실제 상반기 KB캐피탈과 KB국민카드, KB저축은행 실적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KB라이프생명과 KB손해보험 등 보험 계열사가 순이익 개선에 톡톡한 노릇을 했다. KB금융의 두 보험 자회사는 지난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24.5% 증가한 740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 보험 부문 순이익이 3156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 부문에서만 경쟁사의 두 배가 넘는 순이익을 거둔 것이다.



◆ 윤종규 '알짜 M&A' 전략 통했다


KB금융이 상반기 신한금융과의 격차를 벌리며 리딩금융을 달성하자 윤 회장이 취임 이후 공격적으로 추진해 온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이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윤 회장은 2017년 연임 이후 "1등 금융그룹 위상을 회복하겠다"며 "M&A는 글로벌이든 국내든 무차별하게 보고 있다"고 밝히는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실제 윤 회장은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2018년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등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KB금융의 몸집을 키워 왔다. 공격적인 몸집 확대에 힘입어 KB금융은 지난 2017년 7년 만에 신한금융을 앞서고 순익 기준 리딩금융에 올랐다.


KB금융은 탄탄한 수익성을 바탕으로 자본적정성에서도 타 금융지주를 앞섰다. 지난 2분기 말 KB금융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3.78%로, 전분기대비 12b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12.95%), 하나금융(12.80%), 우리금융(12.0%)과 비교해 유일하게 13%를 상회했다.


탄탄한 자본적정성을 바탕으로 타 금융지주 대비 차별화된 주주환원정책도 발표했다. KB금융은 지난 2분기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누적 기준으로는 6000억원 규모다. 2분기 배당금으로는 주당 510원을 결의했다. 앞서 대부분의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 확대를 위한 CET1 기준을 13%로 설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타 금융지주 대비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 윤 회장 '4연임' 촉각···당국 개입은 변수


업계는 KB금융의 차기 회장 인선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KB금융이 상반기 부정적인 업황 속에서도 신한금융을 크게 제치며 1위에 오른 점을 고려할 때 윤종규 회장의 4연임이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KB금융은 회장 선임과 재선임 시 제한 연령을 만 70세로 정했는데, 윤 회장은 1955년생으로 올해 만 68세다. 


반면 지난 2014년 취임해 2017년과 2020년 연임에 성공한 윤 회장이 또다시 연임할 경우 4연임이 된다는 점에서 당국의 눈총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 회관에서 열린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굿네이버스 후원금 전달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KB금융은 상대적으로 승계 프로그램이 잘 짜여 있고 노력하고 있으나 최근 점검한 결과 조금 더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발견돼 개선 의견을 전달했다"며 "평가 기준, 후보자 선정 등이 공평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당국이 KB금융의 회장 선임 절차에 개입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편, KB금융은 지난 20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시작으로 총 4번의 회추위를 거쳐 회장 후보 인선에 나설 예정이다. 내달 8일에는 1차 숏리스트를, 29일에는 2차 숏리스트 3명을 압축해 9월 8일에 최종 후보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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