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은행 CEO '뭣이 중헌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비은행 계열사 인수 '지지부진'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5일 08시 1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사진=우리금융 제공)


[딜사이트 이성희 차장] 오랜 기간 관치의 멍에를 뒤집어 썼던 은행권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올해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고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의 정상적인 가동 하에 외부 출신이 아닌 내부 출신 인사들이 하나 둘 CEO에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주인 없는 회사'이기 때문에 지배구조에 대해 금융당국이 '감 놔라 배 놔라'고 도 넘은 참견도 했다. 하지만 관(官)의 입김이 묻은 외부 인사가 아니라 내부에서 능력 검증을 끝낸 내부 인사라는 점에서 최종 후보 선임 후 '이러쿵저러쿵' 뒷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응원만이 있었을 뿐이다. 최근의 KB금융이 그랬고 올 초 회장과 행장이 바뀐 신한지주와 IBK기업은행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러한 궤에서 벗어난 곳도 있다.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이 대표적이다. 우리금융은 과거 금융위원장을 지낸 임종룡 회장이, 농협금융은 기획재정부 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이석준 회장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은행 최고경영자의 출신을 묻는 이유는 단순하다. 업(業)과 회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회사를 경영할 수 있는 지 여부의 첫 번째 잣대이기 때문이다. 과거 고위 관료를 지냈던 금융사 CEO들이 제대로 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전례도 많다. 이에 외부 인물인 데다 관료 출신이 CEO로 선임될 경우 노조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CEO 선임 후에는 단기성과에 목을 메는 경향이 짙다. 외부 출신 인사의 정당성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종룡 회장과 이석준 회장도 그렇다. 다만, 둘의 상황을 비교하자면 임종룡 회장이 좀 더 급하다. 이석준 회장은 가만히 앉아서 순이익 기준 금융지주 4위에 올라서는 성과를 거뒀다. 우리금융이 이익 급감으로 부진한 영향이 컸다. 하나금융과 3위를 다투던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꼴찌로 전락했다.


임 회장은 강도 높은 비용 통제에 나섰다. 비용을 절감해 순이익 격차를 좁힌다는 방침이다. 이에 임원 운전기사 지원을 폐지하고 증권사와 보험사 등 비은행 자회사 인수도 속도를 늦추고 있다. 단기적으로 재무제표 숫자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엔 비용절감만한 수단이 없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또 앞서 우리종금과 우리벤처파트너스를 완전 자회사로 만들어 지배주주 순이익 증가 효과를 노렸다. 최근 보도된 우리자산운용과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의 합병 결정도 결국 경영 효율화 측면의 결정으로 보인다. 과연 관리형 수장이란 평가가 나올만 하다.


임 회장이 관료 출신임에도 선임 당시 찬반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었던 이유는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옛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해 NH농협금융 비은행 경쟁력을 레벨업시킨 경력을 인정받아서였다. 금융위원장을 지낸 만큼 금융당국과의 관계도 한층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실상은 증권사 인수는 답보 상태에 빠졌다. 당국의 코드를 우선한 경영활동을 펼치며 관치금융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단기적 성과도 중요하다. 당장 5대 금융지주 순이익 꼴찌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엔 한계가 있다. 당초 업계와 투자자들이 임 회장에게 기대했던 바가 무엇이었는지 상기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데스크칼럼 354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