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앞둔 제약바이오, 새도우보팅 폐지 대비는?
소액주주 비중 높아…IR 담당자들 “감사선임 부결될라” 발 동동

[딜사이트 남두현 기자] 새도우보팅(의결권 대리행사) 폐지로 올해도 바이오 업계 주주총회 대란이 올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새도우보팅은 상장사가 주총 의결시 정족수 미달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주주가 많아도 한국예탁결제원이 의결된 비율에 맞춰 나머지 정족수를 채워준다.


이 제도는 지분 분산도가 큰 바이오 업계에서 유용했다. 평균적으로 바이오 업체들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는 소액주주들의 투자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도우보팅으로 인해 주주들의 의결권 권리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고 회사의 일방적인 주총이 진행된다는 지적에 따라 2017년 말 제도가 폐지되면서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3%룰’로 불리는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다. 감사·감사위원 선임에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대주주 지분이 높아도 요건 충족(의결권 있는 전체 주식의 25% 이상)을 위해선 남은 주주들의 의결권이 필요해진다.


이에 지난해 3월 열린 주총에서 바이오 업계도 직격타를 맞았다. 영진약품, 에이프로젠제약,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정족수 부족으로 감사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사례를 더하면 여파는 이보다 컸다.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새도우보팅이 폐지되기 직전 급히 감사 선임을 의결했다”면서 “새도우보팅 폐지 직전년도 10월, 11월 임시주총이 유독 많았던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상장한 바이오업체 IR 담당자도 “상장 이전 감사 선임을 마치기 위해 지방에 내려가 벤처캐피탈들에 위임장을 받고 임기 3년 감사선임 안건을 의결했다”면서 “현재 다른 상장사들의 IR 담당자들도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 전자투표·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 근본 대책 아냐


업계에선 새도우보팅 폐지에 따른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새로운 대책마련이 논의되는 것은 없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작년과 같이 전자투표 서비스와 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개최일 분산)으로 주총 참여율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감사·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있는 회사들, 의결 정족수 부족이 예상되는 회사들을 모두 파악해서 의결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올해도 전자투표와 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으로 (소액주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증권사 가운데선 미래에셋대우가 주총 전자투표 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그럼에도 단기투자가 많은 투자환경을 고려하면 이같은 방법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코스닥에서 시세를 주도하는 바이오주는 그만큼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업본질보다 차익을 노리는 단타 투자가 많아 주총에는 관심이 없다”며 “지난해 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 서비스도 도입해봤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문제는 전자투표가 아니라 투표자체를 독려할 방법이 없다는 부분이다”라고 밝혔다.


단기투자가 많은 만큼 12월 31일 주주명부로 열리는 이듬해 3월 주총에서 이미 주주가 아닌 경우도 허다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 바이오업체는 지난해 대행업체에 문을 두드렸지만 “이미 예약이 차서 더 이상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이 받았다.


실제로 한 의결권 대행업체 대표도 “새도우보팅 폐지 이후 상담문의가 3배가량 늘어났다”면서 “비용은 목표와 상황에 따라 회사에 따라 모두 다르다“고 전했다.


다른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지분 10% 정도에 해당하는 의결권 위임을 받는 데에 수천만원이 들었다”며 “대행업체가 가져온 위임장을 신뢰할 수 있는지도 확인할 길이 없다. 믿지 않으면 주총을 열 수 없으니 (의구심이 들어도) 회사는 묵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새도우보팅을 폐지하고자 하는 취지까지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대책이 없는 게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주총에서 임원선임 같은 보통결의는 참석한 주주의 절반 이상이 찬성하고 찬성주식수가 발행주식 총수의 1/4이상이어야 한다. 정관변경 같은 특별결의는 주총에 참석한 주주의 2/3 이상이 찬성하고 찬성주식수가 발행주식 총수의 1/3 이상이어야 한다.


대주주 ‘3%룰’이 적용되는 감사·감사위원 선임에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주주가 합산 3%까지만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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