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소 해킹 보상’…인슈어리움 첫 계약 성사
바이빗·넥시빗, 사이버패키지 가입…거래당사자 ‘윈윈’ 평가

[김병윤 기자] 인슈어테크 사업을 영위하는 인슈어리움재단이 국내 코인거래소 두 곳과 보안패키지 계약을 처음으로 성사시켰다. 코인거래소가 해킹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열린 것이다. 현재 협회 차원에서 손해보험업체와 손잡고 상품 출시를 모색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민간에서 코인거래소에 특화된 보안 상품을 처음으로 출시·판매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당사자 간 ‘윈윈’으로 평가하고 있다. 코인거래소는 불안요소로 지목된 보안 문제를 해결해 이용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를, 인슈어리움재단은 매출 효과와 발행한 암호화폐의 유통 활성화를 거둘 것이라는 의견이다.



28일 블록체인업계에 따르면 인슈어리움재단은 코인거래소인 바이빗과 넥시빗 등 두 곳과 사이버 보안패키지 계약을 체결했다. 동시에 인슈어리움재단은 발행한 암호화폐인 ISR을 두 코인거래소에 상장한다.


인슈어리움재단 관계자는 “인슈어리움재단은 국내외 코인거래소와 계약을 위해 꾸준히 대화해 왔다”며 “사이버 보안을 강화해 이용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게 하려는 바이빗과 넥시빗의 니즈와 맞물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은 네트워크의 오류로 인한 개인정보, 기업 기밀, 데이터 도난·유출 등을 보장한다”며 “서버에 문제가 생겨 접속한 이의 컴퓨터에 오류가 발생할 때도 보장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인슈어리움재단이 내놓은 사이버 보안패키지의 가입 대상은 코인거래소와 같이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주체다.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회피·분산하는 헤지(hedge) 상품으로 볼 수 있다. ▲기존 상품 대비 낮은 요율(요금/보장액 비율) ▲온라인 플랫폼 내에서 계약 처리와 손해배상 청구(claim) ▲스마트 콘트랙트 통한 보상금 지급 ▲담보 추가 등이 주요 특징이다.


상품 가입자는 사이버 보안 리스크에 대비한 담보물을 설정하고, 계약한 비용을 인슈어리움재단에 지급한다. 리스크 요건에 해당하는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인슈어리움재단은 상대에 보상금을 지급한다. 인슈어리움재단이 내놓은 상품에서는 담보물 설정 등 모든 거래가 ISR로 이뤄진다. 인슈어리움재단이 백서상 제시한 토큰 이코노미가 실제로 구현되는 구조다.


◆ 코인거래소, 해킹 피해 보상안 등장


인슈어리움재단과 코인거래소 간 계약이 가장 크게 의미하는 것은 사이버 보안 피해 보상이다. 사이버 보안 피해는 코인거래소의 고질적 불안요소로 지목되는 것이다.


미국 사이버보안회사 사이퍼트레이스(CipherTrace)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해킹에 따른 암호화폐 피해액이 9억2700만달러(약 1조 585억원)다. 지난해(2억 6600만달러) 대비 3.5배 정도 증가했다. 사이퍼프레이스는 그 규모가 지난해 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빗썸과 거래량 기준 국내 7위인 코인레일 등도 지난해 수백억원대의 암호화폐를 도난당했다. 빗썸 경우 보험에 가입돼 있었지만 보상을 받지 못했다. 해당 상품의 보장 범위에서 벗어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제도권 내 보험사들은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상품 출시에 조심스러워하는 추세”며 “정확한 피해 규모를 가늠할 수 없다는 점도 보험사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블록체인협회가 보험사들과 상품 출시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성과가 없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블록체인협회의 ‘2018년 결산보고 및 2019년도 사업계획’에 따르면 협회는 거래소 단체보험가입을 한화손해보험·현대해상·DB손해보험 등과 함께 추진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체결된 건은 없다.


다른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일부 코인거래소가 사이버 피해에 대비해 펀드를 적립하고 있지만 이 또한 한계가 뚜렷하다”며 “코인거래소의 수익성에 따라 실제 운영할 수 있는 펀드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조성된 펀드의 규모 대비 피해액이 클 경우 펀드의 활용 가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인슈어리움재단-코인거래소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이번 계약의 손익계산서는 어떨까. 블록체인업계에서는 양 측 모두 남는 장사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코인거래소 입장에서는 해킹 등 사이버 피해가 발생했을 때 금전적 보상이 가장 큰 효과다. 더불어 신뢰도를 제고해 이용자를 유인할 수 있는 것도 기대효과로 꼽힌다.


인슈어리움 경우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상품 판매에 따른 매출 확대와 ISR 기반의 상품 출시를 통한 ISR의 유통 활성화다. 특히 유통 촉진은 장기적으로 ISR의 가격 방어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공개(ICO)에 나선 프로젝트는 가격 방어 등을 위해 유통시장에서 차별화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인슈어리움재단 경우 백서상 제시한 로드맵을 실제로 구현하면서 암호폐의 수급에도 적극 나서는 점이 인상적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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