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톱 매각 백지화… ‘명분·실리’ 찾기 실패 때문?
롯데 등 본입찰 참가자에 매각 중단 공문 발송, 30일 창업설명회 개최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두 달여 간 끌어오던 한국미니스톱(미니스톱)의 공개 매각이 결국 백지화 됐다. 미니스톱의 모기업인 일본 이온그룹의 매각 철회 결정에 따른 것이다. 업계는 매각 명분을 찾지 못한 데다 한국 편의점 시장의 환경 변화에 따른 더 많은 실리를 챙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깨지자 이온그룹이 매각 중단을 결정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니스톱의 최대주주인 이온그룹이 본입찰에 참여한 롯데, 신세계, 글랜우드PE에 매각 중단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미니스톱의 체질개선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기로 내부방침이 정해져 매각을 중단하게 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미니스톱 매각이 백지화된 것은 이온그룹이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기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온그룹은 앞서부터 일본 내 유통경쟁사인 롯데에 미니스톱 매각을 부담스러워 했다. 하지만 작년 11월 진행된 본입찰 결과 롯데가 4300억원, 글랜우드PE 4000억원, 신세계가 3500억원을 제시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 씨스페이스 등 6개 업체가 100m 이내 다른 편의점이 있으면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편의점 업계의 자율규약에 합의했다. 신규 출점이 사실상 막힌 상황이 연출되면서 이온그룹은 종전보다 높은 가격에 미니스톱을 매각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3사 모두 추가제안을 하지 않으면서 실망감이 커졌고 결국 매각 중단 결정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롯데와 신세계의 인수가 차이는 상당하지만 글랜우드PE와는 불과 300억원 안팎 수준이었던 만큼 이온그룹 입장에서는 일본 내 유통경쟁사에 매각하는 게 탐탁지 않았을 것”이라며 “롯데는 물론 나머지 두 회사에 매각할 명분을 찾지 못한 데다 실리 챙기기도 쉽지 않자 결국 공개 매각을 철회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온그룹이 완전히 매각을 접은 건 아닐 것”이라며 “몸값을 올리기 위해 자체적으로 덩치 키우기 및 수익성 개선 작업에 나서는 동시에 국내 편의점 회사들의 신규 출점이 어려워진 상황을 활용해 재매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온그룹이 신세계와 글랜우드PE에게 인수가를 롯데 수준으로 맞춰줄 것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고, 이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더 높은 가격 제안을 요구했지만 거부하자 매각을 포기하게 됐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한편 편의점 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됐던 미니스톱 매각 절차가 중단되면서 당분간은 BGF리테일과 GS리테일과 '2강' 구도를 유지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편의점업계 1·2위인 CU와 GS25는 각각 1만3109개, 1만3018개 수준의 점포를 보유 중이다.


매각을 철회한 미니스톱은 오는 30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3회에 걸쳐 ‘창업설명회’를 열고, 매각과 관련한 내용을 가맹점주와 예비 창업자에게 설명할 계획이다. 아울러 바뀌는 본사 방침 등에 대한 내용도 가맹점 경영주에게 안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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