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감사시간 도입, 제약·바이오 감사료 상승률은
바이로메드 172% 증가…경제계-한공회, 줄다리기 계속

[딜사이트 남두현 기자] 내달 중순 한국공인회계사회(이하 한공회)가 발표할 표준감사시간 제정안을 두고 제약바이오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표준감사시간은 회계 감사인이 투입해야 할 최소시간으로, 감사품질 확보를 위해 제정이 추진되는 만큼 대체로 감사시간에 비례해 증가하는 감사료(감사인 용역보수)에 대한 업체들의 부담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경제계의 반발이 거세다. 당초 현재보다 2배가량 감사시간이 높아질 거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제정안은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제시됐다.


한공회는 이번 제정안에 대한 의견조회를 2월10일까지 접수하고 심의위원회 회의를 거쳐 중순경 공표하겠단 계획이다. 제정안이 공표되면 올해부터 사업보고서부터 적용된다.


제정안에 제시된 산식에는 기업규모를 비롯해 매출채권, 재고자산 업종계수, 분기 재무제표 검토 여부, 연결재무제표 작성 여부 등을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표준감사시간도 회사마다 다른 값이 도출된다.


한공회 관계자는 “올해 표준감사시간 제정으로 인한 감사시간 평균 증가율은 업계 전체를 평균 내서 30~40% 정도”라면서 “기업들의 의견을 많이 수용해 그간 우려했던 것보단 많이 낮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정안을 통해 도출된 감사시간은 기업규모 분류에 따라 다르지만, 개별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의 경우 2019년 80~85% 이상, 2020년 85~90% 이상 등으로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주요 바이오 업체들이 상당수 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그룹3(개별자산 1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 상장사)은 올해 85% 이상 적용되는 구간이다.


이에 세부적인 변수들이 중위수에 해당된다는 가정 하에 한국회계사회가 예시로 공개한 ‘업종별 평균 표준감사시간’에 의하면 감사시간이 크게 증가하는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사업보고서 기준, 그룹3 구간에 속하는 업체들의 감사시간은 바이로메드 469시간(감사료 4180만원), 제넥신 724시간(감사료 ,900만원), 휴젤 1898시간(2017년 감사시간 미기재로 2016년 적용, 9100만원)이었다.


이들 기업들의 감사시간을 제정안에 따른 업종별 평균 표준감사시간을 통해 산출하면 바이로메드·제넥신은 1500시간 이상, 휴젤은 2100시간 이상의 표준감사시간이 나온다.


단계적 적용으로 인해 올해 85%가 적용된다고 해도 바이로메드와 제넥신은 기존보다 172%, 76% 감사료가 증가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기존 클라이언트들에도 제정안 발표 이후 감사료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계약조건으로 추가했다”면서 “감사의 품질제고를 위해선 표준감사시간 제정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표준감사시간이 제정되기 힘들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공회가 제시한 산식으로는 산업별·각 기업별 특성이 온전히 반영되기 어렵단 지적이다.


바이오업체 재무 담당자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산업별 특성을 고려하기가 특히 힘들다. 제조시설이 있는 업체, 연구만 하는 업체 등뿐만 아니라 물질이 합성의약품인지, 바이오의약품인지 등에 따라 원가체계가 다르다”면서 “회계법인의 회계사들도 이러한 특성부터 공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시간들도 감사시간에 모두 잡힌다”고 했다.


이어 “현재도 (감사보수 협상시) 필요한 감사시간을 두고 감사보수가 산정되기보다 감사보수를 회사가 먼저 제시하고 이에 따른 시간이 산출되는 경우가 적잖다”며 “감사보수를 높이려는 한공회의 비현실적인 감사시간이 제시될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했다.


또다른 바이오업체 관계자도 “감사인으로부터 제정안 공표시 올해 40%가량 감사료가 오를 거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표준감사시간심의위원회에 경제단체 대표로 참석하고 있는 한 심의위원도 이번 제정안으로 고충을 호소하는 업체가 많을 거라고 봤다.


그는 “해외에서도 표준감사시간이 정해져있지는 않다”며 “한공회가 제시한 산식에는 고려하지 못하는 기업별 세부변수가 많을 뿐 아니라 통계적인 함정도 적잖다”고 지적했다.


한공회는 이번 제정안에서 수정이 필요한 사항은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제정안에 대한 의견조회가 완료되면 제정안 공표는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이뤄질 거라고 전했다.


한공회 관계자는 “제정안에선 감사시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규모다. 감사시간 증가는 감사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라면서 “제약바이오 모든 특성에 대한 세세한 변수가 모두 통계모형에 담길 수는 없다. 그렇다면 오히려 표준감사시간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종별 평균 표준감사시간’은 자산과 기업규모((자산+매출)/2)에 따라 산출된 것으로, 개별 기업에 적용될 실제 표준감사시간은 나머지 변수들에 따라 도출값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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