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범 회장 두 아들, 2009년 유상증자 통해 지분 매입
[가업승계리포트 - 우진1] 상장직전 뿌려진 씨앗


[편집자주] 100년 이상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가업승계를 준비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사업의 영속성을 높이고 소유권과 경영권도 안정화하기 위해서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까지도 너나할 것 없다. 합리적인 상속과 증여로 가업승계가 이뤄졌거나 진행되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와 승계전략, 세무 및 법무 이슈 등을 살펴본다.


[딜사이트 김동희 기자] 유가증권(코스피) 상장기업 우진은 오랜 업력을 자랑한다. 현재의 사명을 사용한 기간만 벌써 37년째다. 창업자인 이성범 회장이 진행했던 다른사업까지 포함하면 50년이 넘는다.


제철현장에서 쇳물의 온도와 각종 성분을 측정하고 시료를 채취하는 철강용 계측기로 시작해 현재는 원자력발전소용 계측기 판매를 핵심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성장성이 크지는 않지만 매년 550억원 안팎의 안정적인 매출을 달성하며 내실있는 알짜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성범 회장은 칠순을 넘긴 2009년 가업 승계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마침 상장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시기가 적절했다. 특별히 편법이나 꼼수 없이 오로지 정공법만을 고수하며 사업을 했기에 걸릴 것도 없었다.


우진은 벤처캐피탈 등 기관투자가의 상장전투자유치(Pre-IPO)를 진행하기 앞서 우리사주조합과 관계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2009년 4월27일 이사회를 열어 한달 뒤인 5월 25일에 보통주 63만주를 주당 8000원에 발행키로 했다. 모집 총액은 50억4000만원이다.


우리사주조합이 25만주를, 관계사 임직원 등이 38만주를 인수키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성범 회장의 두 아들도 증자에 참여했다.


장남인 이재원씨는 당시 1억6000만원을 투자해 2만주를, 차남인 이재상씨는 2억원을 들여 2만5000주를 확보했다. 일본에서 사업을 하고 있던 장남보다 이제 막 회사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차남에게 조금 더 많은 주식이 돌아갔다. 다만 계열사 우진우호텍은 이재원씨가 이재상씨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며 형평성을 맞췄다.


이성범 회장의 두 아들이 어떻게 재원을 마련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투자 규모가 크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아버지의 지원은 받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두 형제들은 근로소득을 얻고 있었다.


우진은 유상증자 이후 2개월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추가로 주식을 발행했다. 벤처캐피탈인 인터베스트가 60억원을, 한국투자증권과 기업은행이 각각 10억원씩을 우선주에 투자했다. 회사 임직원은 보통주에 8억원을 투자했다. 기업가치는 앞선 증자 당시 책정한 400억원보다 높은 571억원으로 평가했다.


우진은 이듬해 바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주식 217만주를 신규로 발행해 322억5000만원을 공모했다. 기업가치는 976억원으로 1년전보다 두 배가량 높아졌다. 이성범 회장의 두 아들 지분율은 0.35%(2만주)와 0.44%(2만5000주)로 낮지만 지분 가치는 높아진 셈이다.


이후 장남 이재원씨는 일본 사업에 전념했고, 차남 이재상씨는 우진 본사에서 사내 입지를 구축했다. 표면적으로 장남보다 차남이 우진의 가업승계에서 우위를 보였던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계좌를 깨우는 뉴스, 팍스넷데일리 무단전재 배포금지>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