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D&D 지분 매각, SK가스-한앤컴의 ‘묘수’
공동경영 양보해 프리미엄 40% 받아…유증으로 한앤컴 부담 경감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1년 이상 표류하던SK디앤디(이하 SK D&D)의 지분 매각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매매계약을 체결한 한앤컴퍼니는 최창원 회장 지분에 SK가스 지분을 추가해 공동 경영권을 확보한데 이어 추가로 유상증자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당초 경영권 없는 소수지분이라는 한계 탓에 흥행에 실패했지만 SK가스가 공동경영이라는 통 큰 조건을 내걸면서 거래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여기에 유상증자 카드는 SK D&D에 자금을 수혈하면서 동시에 한앤컴퍼니의 주당 인수가를 낮추는 ‘일석이조’ 효과를 가져다줬다.



SK가스, 거래 이후에도 대표 임명권 유지


SK D&D의 최대주주인 SK가스와 최창원 회장은 지난 18일 한앤컴퍼니와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우선 이번 거래의 핵심인 최 회장의 보유 지분 387만7500주(23.82%)를 전량 한앤코 13호에 넘기기로 했다. 주당 매각가는 4만4000원이며 매각가는 1706억원이다. SK D&D는 지난해 12월 출범한 SK케미칼그룹의 손자회사다.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를 지배하는 최 회장 입장에서는 손자회사 지분을 굳이 보유할 필요가 없어 지난해부터 꾸준히 SK D&D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다.


눈여겨 볼 점은 이번 계약에 SK가스 지분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SK가스는 자사가 보유한 SK D&D 주식 56만2501주(3.46%)를 한앤코 13호에 247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총 매각가는 1953억원이 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 회장의 지분만을 매물로 내놓았지만 흥행에 실패하자 SK가스 지분을 추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앤컴퍼니가 확보한 주식은 444만1주로 SK가스(443만9999주)보다 두 주가 많다. SK가스와 한앤컴퍼니는 SK D&D 이사회의 이사진을 동수로 구성하는 등 공동 경영할 예정이다. SK가스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대표와 감사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예정대로 거래가 종결된 이후에도 기존 대표 및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SK가스가 한앤컴퍼니에 공동경영을 양보하면서 거래가 성사될 수 있었다”며 “SK가스의 지분 매각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유증 이후 한앤컴 주당 인수가 3.3만원


SK가스와 한앤컴퍼니는 단순한 구주 거래에만 그치지 않고 유상증자도 추진할 예정이다. 신규 투자자인 한앤컴퍼니 입장에서 추가 자금 투입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주당 인수가를 낮춰주는 당근이 제시됐다.


SK가스와 최 회장이 한앤컴퍼니에 넘긴 지분의 주당 매각가는 4만4000원이다. 이는 기준가로 설정한 3만 1777원과 비교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38.5%나 얹어준 것이다. 단독이 아닌 공동 경영을 감안하면 다소 과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한앤컴퍼니가 다소 손해 보는 거래로 비춰질 수 있지만 유상증자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SK D&D는 오는 11월6일까지 한앤컴퍼니에 지분 매각을 완료한다는 조건 하에 12월20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총 1300억원 규모로 454만 5500주를 발행한다. 1주당 0.25주의 신주를 배정한다.


주목할 점은 주당 발행가가 2만 8600원으로 이번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설정한 주당 가격(4만4000원)의 65%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기준가(3만 1777억원)에서 10%를 할인한 가격이다. 유상증자가 예정대로 완료될 경우, 한앤컴퍼니의 주당 인수가는 3만3670원으로 대폭 낮아진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기준가 대비 6%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SK가스는 공동경영을 양보하는 대신, 한앤컴퍼니에게 다소 비싼 가격으로 주식을 팔았다”며 “대신 반대급부로 한앤컴퍼니가 추가로 자금을 투자할 경우 주당 발행가를 대폭 낮춰주는 묘수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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