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 의장 지분, 2세가 상속 안한다
[기로에 선 이지스]⑤부인에게 넘겨…소유와 경영 분리

[편집자주] 이지스자산운용의 설립자인 김대영 이사회 의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리츠(REITs) 설립을 주도하는 등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했다. 호방하고 허물없는 그의 성격 덕분에 주위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고 기관투자가들은 자금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 의장의 별세는 전설의 퇴장과 함께 이지스자산운용에 남겨진 이들에게는 과제를 안겨주었다. 김 의장 사후에도 성장 가도를 이어갈 수 있을지, 경영진에 변화는 없을지, 2세를 대상으로 한 지분 증여는 원만하게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조갑주 대표는 이지스자산운용(이하 이지스)에 합류할 당시 김대영 의장에게 한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기관투자가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소유와 경영을 완벽히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여기에는 오너(owner)의 가족을 절대 회사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는다는 조건도 포함돼 있다. 오너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었지만 김 의장은 군말 없이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7년이 지났고 김 의장은 별세했다. 그들의 약속도 실험대에 올랐다.


◆김대영-조갑주 일가, 상호 지분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가능


김 의장이 보유한 이지스 주식은 38만2120주로 지분율은 45.5%다. 최대주주인 김 의장의 지분이 어디로 넘어가느냐에 따라 이지스의 경영권이 바뀔 수도 있다. 우선 김 의장은 조 대표와 약속한 대로 일체의 지분을 자녀들에게 넘기지 않기로 했다.



김 의장 슬하에는 이지스의 관계사인 코어밸류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과 맥킨지앤컴퍼니에서 근무 중인 딸이 있지만 모두 부동산 투자업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모두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어 이지스의 지분을 가질 수도 없다. 금융위원회의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 심사 과정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의장 지분은 전부 그의 부인에게 넘어간다. 막대한 상속세가 발생할 수 있지만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 관계자는 “상속세를 5년에 걸쳐 분납하는 구조”라며 “그동안 이지스에서 배당 등을 받아 상속재원을 일부 마련했으며 일부 지분은 우호적인 재무적투자자(FI) 등을 통해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안전장치를 하나 마련했다. 김 의장은 생전에 조 대표와 함께 각자가 보유한 주식을 먼저 인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조 대표(12.4%)와 그의 부인(3.4%)이 보유한 지분은 총 15.8%로 2대 주주에 해당한다. 우선매수청구권은 김 의장이 별세한 이후 그의 지분이 부인에게 상속된 이후에도 적용된다.


우선매수청구권을 통해 김 의장과 조 대표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60%가 넘어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다. 이는 김 의장과 조 대표가 보유한 지분이 제3자에게 매각되는 것을 막고 고인의 유언이었던 ‘이지스의 경영과 소유를 분리한다’를 지키기 위한 조치다. 김 의장 별세 이후에도 기존 경영진은 그대로 유지된다. 김 의장은 이미 사내 이사직도 사퇴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사진을 재편할 필요도 없다. 최대주주를 넘겨받은 김 의장의 부인뿐만 아니라 그의 자녀들도 절대 경영에 참여하는 않는다는 것이 이지스의 입장이다.


◆김 의장 자녀, 관계사 지분도 없어


일각에서는 김 의장 아들이 몸담고 있는 코어밸류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도구로 활용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이지스 측은 전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지스 관계자는 “코어밸류뿐만 아니라 이지스앤파트너스에도 김 의장의 자녀들은 단 한주도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코어밸류도 엄밀히 말하면 이지스가 FI 자격으로 참여한 것이고 최대주주는 별도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김 의장의 아들에게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뒀다면 코어밸류가 아닌 이지스에 입사시켰을 것”이라며 “향후 전략적 투자자(SI)를 추가로 영입해 코어밸류의 주주구성을 대폭 바꿔 이지스와 전혀 관련 없는 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2대 주주 조갑주 대표에게도 ‘소유와 경영 분리’ 방침은 변함없이 적용된다. 조 대표의 자녀들에게도 지분 증여 및 상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이지스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을 대거 투입하는 자산운용사의 경우 경영권 승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김 의장과 조 대표의 신념”이라며 “덕분에 김 의장 사후에도 이지스 펀드에 출자한 기관투자가들이 아무런 동요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파장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를 잘 아는 전문경영인들이 흔들림 없이 경영을 맡고 주주는 일체 경영에 간섭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지스의 목표”라며 “당면한 최대 과제인 IPO를 성공시킨 이후 장기적으로는 회사 이익의 30%를 직원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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