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연100억씩 적자…수익모델 만들기 박차
택시업계 “카카오 유료서비스 택시기사 삶의 질 떨어트릴 것” 강력 반대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카카오 T택시를 운영 중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익모델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콜택시 시장을 96%나 점유하고 있지만 매년 100억원 안팎의 손실이 나자 유료서비스 출시를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올 연말까지 ‘카풀’과 ‘즉시배차’ 등 유료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카풀서비스는 지난 16일부터 운전자 모집공고를 내는 등 출시를 코앞에 둔 상태고, 즉시배차서비스는 시스템 개발을 끝마치고 추가요금 규모 등 세부사항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풀서비스의 경우 운임의 20% 가량을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수료로 받는 형태고, 즉석배차는 지난 4월 출시된 스마트호출처럼 승객에게 운임 외 5000원 안팎의 추가요금을 받는 형태로 가닥이 잡혔다는 게 IB업계의 이야기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의 계획대로 유료서비스를 연말께 출시할 수 있을지 여부에는 물음표가 붙고 있다. 택시업계가 유료서비스 출시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역시 생존권을 이유로 택시기사들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국내에 출시됐던 우버 택시만 해도 그렇다.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야심차게 진출했지만 택시업계의 반발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라는 정부의 공식입장이 나오면서 출시 2년 만에 철수했다. 카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풀러스도 지난해 유연근무제를 이유로 ‘출퇴근 시간선택제’라는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동일한 이유로 빛을 보지 못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가뜩이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이 고착화 돼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과 즉석배차를 출시할 경우 택시기사들의 삶의 질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며 “더욱이 택시와 동일하게 24시간 카풀서비스를 하겠다는 게 카카오모빌리티의 계획이라 7만여 명의 택시기사들이 지난 18일 집단행동(서울 광화문 집회)에 나섰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서비스를 출시하더라도 승객을 택시기사들에게 우선 배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솔직히 믿기 어렵다”며 “최근 출시된 운임자동결제서비스만 해도 택시업계의 입장을 묻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시행해 승객은 물론 택시기사들도 지금까지 홍역을 치르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서비스를 정리하지 않으면 카카오 T택시 콜도 받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택시업계의 반발에도 카카오모빌리티가 유료서비스 출시를 강행하고 있는 건 적자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만 해도 1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105억원)과 순손실(101억원)을 기록했다. 또 매출 163억원도 전액 관계기업인 카카오와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간 카카오와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만 해도 55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수익 창출을 위해 유료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모빌리티 사업의 저변을 좀 더 확대하기 위한 게 크다”며 “한국의 모빌리티 사업은 동남아에도 뒤처질 만큼 낙후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중교통의 공급을 좀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해 유료서비스 출시를 계획하게 된 것”이라며 “택시업계 및 관계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뒤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료서비스에 불법성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곳 관계자는 “관련법과 시행령 등을 내부적으로 폭넓게 검토 중”이라며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의 대립이 첨예해 조정 과정이 언제쯤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