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티맵택시에 견제구… ‘쩐의 전쟁’ 본격화
SK텔레콤, 상품권 지급 프로모션… 카카오모빌리티, 현금 전환포인트로 ‘맞불’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국내 콜택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카카오모빌리티와 SK텔레콤의 ‘쩐의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카카오카풀 논란을 틈타 SK텔레콤이 ‘티맵택시’ 앱 리뉴얼 및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세를 급속도로 불리자 ‘카카오택시’의 독점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카카오모빌리티가 대응에 나서면서 판이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티맵택시 호출을 받은 기사들에게 건당 5000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하고, 승객 중 SK텔레콤 사용자에게 택시요금의 50%를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 주간인 이번 주 유사한 형태의 대규모 프로모션을 또다시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SK텔레콤이 티맵택시 프로모션으로 적어도 1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티맵택시 호출을 받고 있는 택시기사가 12만명 수준인 만큼 이들이 호출을 한 번씩만 받아도 포인트로 지급해야 할 금액이 6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티맵택시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붓고 있는 이유는 카카오택시가 독점하고 있는 국내 콜택시 시장을 빼앗아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택시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0월부터 두 달가량 카풀서비스 출시를 놓고 택시업계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그 결과 일선 택시기사들이 카카오택시 호출을 ‘보이콧’하며 자발적으로 티맵택시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는 티맵택시에 가입한 택시기사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올 6월말까지만 해도 티맵택시 가입자 수는 3만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카풀서비스 논란이 본격화된 10월 6만명을 넘어섰고, 11월 10만명, 12월 14일에는 12만명까지 불어났다. 불과 6개월 새 4배나 급증한 셈이다.


티맵택시가 이처럼 급속도로 세를 키우자 카카오모빌리티도 이달 들어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카카오택시 호출을 받은 기사들에게 현금으로 전환가능 한 2000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이달 말까지 진행하는 해당 프로모션으로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지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9월말 기준 카카오택시에 가입한 기사는 22만명이 넘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사 1인당 50회로 횟수를 제한했고 카풀서비스 논란으로 절반가량만 호출을 받는다손 쳐도 지급해야 할 비용이 110억원에 달한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가 해당 프로모션을 통해 택시기사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카풀서비스 정식 출시를 무기한 연기하는 등 갈등 해소에 나서긴 했지만 택시업계는 해당 서비스 파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서비스 출시를 포기한 것이 아닌 대화를 통해 실마리를 찾을 때까지 잠시 보류해 놓은 상황이라 택시업계와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서비스를 파기할 때까지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인 데다, 여차하면 카카오택시 앱을 동시에 삭제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는 상태”라며 “카카오모빌리티의 프로모션이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는 사실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은 콜택시 시장 선점을 위한 택시기사들의 가입을 독력하기 위해 자금을 꾸준히 투입할 가능성이 높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시장지위를 공고히 지키기 위해 현금전환 포인트 지급 프로모션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택시는 2015년 4월, SK텔레콤의 티맵택시는 한 달 뒤인 5월 출시됐다. 당시 서비스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양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존재와 초반 마케팅 집중을 통한 시장 선점효과를 SK텔레콤이 넘어서지 못하면서 승부가 카카오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난 바 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