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CEO] 박일경 한성기업 대표 “행복한 마음이 행복한 식품을 만든다”

[딜사이트 공도윤 기자] 박일경 한성기업 대표



게맛살과 크래미로 유명한 한성기업은 경기 부침이 심한 수산식품 분야에서 52년의 세월을 굳건히 버텨내고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스스로 한성기업의 ‘안살림’을 맡고 있다고 말하는 박일경 한성기업 대표이사를 7월 첫날, 송파구 오금동에 위치한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한성기업은 1대 창업주 고 임상필 회장에 이어 2대 임우근 회장이 선봉에 나서 수산업과 수산가공식품 생산업을 이어온 우리나라 전통 수산식품 회사다.
박 대표는 “한성기업은 대한민국 최초로 북태평양 알래스카 출어에 성공한 회사로, 창업주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거침없는 도전정신으로 한성기업의 신항로를 개척한다면 전문경영인은 안정적인 매출 구조, 수익 개선 등 탄탄한 내실을 갖출 수 있도록 내부 살림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성기업을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고, 한 사업에 집중해, 탄탄한 내실을 갖춘 전통 수산가공업체’라고 소개했다. 창립 당시 원양사업을 시초로 수산가공업을 시작한 회사들은 대기업에 흡수합병되거나 수산업 외에 다른 사업 분야에 진출해 사세를 키운 반면 한성기업은 외길만을 고집한 셈이다.


고집스레 외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사람을 생각하는 정직한 마음’이라고 표현하며, 일례로 게맛살의 탄생 비화를 들려줬다.
“게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외국에서는 샐러드에도 많이 넣어 먹는다. 하지만 게살은 발라내기 힘들고, 가격도 비싸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식품은 아니었다. 이를 고려해 태어나 것이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게 맛이 나는 연육제품, 게맛살이다.”
이후 게맛살은 재료의 품질과 식감을 높여 ‘크래미’라는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한성기업은 여전히 초심을 잃지 않고 제품 생산에 있어 소비자와의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는 “임우근 회장은 소비자를 속이는 일을 절대 하지말 것을 거듭 강조한다”며 “식품회사의 기본은 품질로이며 좋은 재료와 좋은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 결과 크래미, 젓갈, 해물경단 등의 제품이 시장점유율 1위의 1등 상품으로 올라서 한성기업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성기업에 입사해 차근차근 승진을 거듭해 지금의 자리에 오른, 샐러리맨의 우상이기도 하다. A.C닐슨, 미디어리서치 등 리서치 회사에서 근무하다 1999년 한성기업 기획조정실로 자리를 옮겼으며, 2013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마케팅, 광고관련 리서치 및 여론조사 업무를 줄곧 하다 보니 미래를 예측하는 일을 주로 많이 했다. 임우근 회장을 만난 것 역시 숙취제거음료를 수입하려하는데 조사를 해달라고 의뢰 받은 것이 계기가 돼 한성기업에 입사하게 됐다.”


그는 리서치기관에서 일한 경험이 경영자가 된 이후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사람에 대한 연구, 소비자 행동, 소비자 니즈 등을 가장 많이 연구하는 곳이 기업이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미래를 예측하고, 소비자의 행동을 연구하고, 새로운 흐름을 읽는 것에 관심이 많다.”
‘사람’을 중시하는 만큼, 그의 경영철학에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었다. 그는 늘 직원들에게 ‘밝은 마음, 직원이 행복한 경영, 일명 해피스마일(Happy Smile)’을 강조한다고 했다.
“옛 어머니들 말씀 중에 화난 마음으로 요리하면 독이 된다는 말이 있다. 식품을 제조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밝은 마음이 있어야 한다. 밝은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의 일에 가치를 높여야 한다.”
한성을 의미하는 이니셜 HS도 ‘해피스마일’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건배 제의를 할 때도 ‘해피스마일’을 외친다고 했다. 참고로 그의 주량은 회사 최고 수준이라고한다. 독주를 마시는 러시아와 북유럽 사람들과의 술대결도 끄떡없다고 한다.
해피스마일 경영은 회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 달에 한번씩 본부별로 모여 ‘스마일토크’ 시간을 갖기도 하고, 각 부서에서 돌아가며 성공 사례를 발표하는 자리도 있다.



더불어 그는 직원과 경영자와의 ‘공감’을 강조했다.
그는 “매년 신년사에서 다른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가치를 수백번 반복해서 말해도 직원의 공감을 얻기 쉽지 않다”며 “일관된 가치아래 직원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동시에 그는 “그만큼 경영자로서 ‘인사 결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자기계발과 자기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로야구에서 포수들은 트레이드된 첫 해에 최고의 성과를 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긴장감을 갖고 경기에 임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직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환경은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직원들이 국내외 다양한 지역에서 자신의 능력을 키우기를 권한다.”
한성기업의 태생이 부산인만큼, 직원들과 함께 부산 사직구장을 가끔 가기도 한다는 그는 사직구장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식품회사 CEO로서 잠시 요리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였다. 스스로는 “요리보다는 설거지를 더 잘한다”고 말했지만 직접 요리도 하고 가족들과 레시피에 대한 의견도 나누는 자상한 가장이었다.
“요리를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인 집밥 백선생, 냉장고를 부탁해, 삼시세끼 등을 즐겨 본다. 명란을 이용해 계란찜도 만들고 국도 끓여봤는데, 백종원씨의 명란마요네즈가 흥미로워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식품회사의 CEO여서 일까? 외모나 말투역시 푸근한 그는 단란한 가정의 따뜻한 가장의 모습과 함께 북태평양 알래스카를 누비는 뱃사람의 우직한 모습이 동시에 느껴졌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그는 일관되게 ‘안정적인 매출구조 완성’을 강조했다.
그는 “수산업은 업황이나 주변정세에 따라 가격 등락이 심하다. 과거와 달리 전 세계에서 재료를 들여와 제품이 만들어지다 보니 가격 리스크가 더 높아졌다. 다양한 수산가공 신제품 출시, 육가공 제품군 강화, 간편식 신메뉴 출시 등으로 가격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안정된 매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비효율적인 사업부문의 재배치로 매출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를 완성한 만큼 올해부터는 꾸준한 이익 개선과 매출 안정성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직원과의 소통의 자리에 참석한 박일경 대표 (사진제공=한성기업)특히 그는 “제품 품질도 중요하지만 올해는 영업력을 더욱 강화해 소비자들이 언제어디서든 한성기업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주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더불어 직원들과 직장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리서치업무를 하면서 습관이 생겼다. 다들 바쁘다는 핑계로 가정이나 가족에게 소홀한데, 상대를 배려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20~30분이면 충분하다. 여유 있는 사람과 아닌 이의 차이는 계획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쪼개 쓰고, 끊임없이 자신의 삶에 대한 리뷰와 반성,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과 계획을 세우는 일에 시간을 투자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그 역시 매일 아침, 한 시간의 산책을 통해 상대를 배려하고 삶의 균형과 여유를 찾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흔히 ‘걸음아 나살려라’라는 말을 하는데, 실제 걸음이 날 살린다. 많이 걷는 사람이 건강하고, 건강한 사람이 미래를 잘 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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