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부친인 고(故) 조양호 전 회장 별세에 따른 상속문제와 관련해 아직 가족간 협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차기 총수(동일인) 지정을 놓고 가족간 한차례 ‘내홍’을 겪었던 가운데 내부단합을 이루기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 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2대주주인 행동주의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의 지분 매입 확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연차총회 대한항공 기자간담회에서 부친인 조양호 전 회장 별세 뒤 상속문제와 관련해 “아직 협의가 완료되지 않았다”며 “선대 회장(조양호)이 갑작스럽게 별세한 탓에 많은 이야기를 듣지 못했지만 생전에 가족간 화합을 강조하신 만큼 이를 바탕으로 가족간 계속해서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회장 일가는 조양호 전 회장 별세 이후 상속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 제출 지연 사태 등이 발생하며 가족간 내부단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한 상속 가능성이 낮아진 가운데 상속문제와 관련해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누가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한진그룹은 한진칼을 통해 ㈜한진, 칼호텔네트워크 등의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한진칼 최대주주는 조양호 전 회장으로 그의 지분 17.84%를 누가 확보하냐에 따라 그룹 장악력이 달라지게 된다.
현재 조원태 회장 일가의 지분은 7%에 못 미친다. 조원태 회장(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상무(2.30%)의 지분은 각각 2%수준이다. 민법상 법정상속분에 따르면 배우자는 1.5, 자녀는 1의 비율로 상속이 이뤄진다. 이 경우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5.95%, 조원태·현아·현민 남매는 각각 3.96%의 한진칼 지분을 물려받게 된다.
상속세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자신의 언급이 주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이유로 대답을 회피했다.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아야 하는 조원태 회장 일가는 2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속세 마련에 부담을 안고 있다.
조 회장은 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2대주주로 지속적으로 지분 매입을 하고 있는 KCGI에 대해서는 “주주 중 하나일뿐이다”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KCGI와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만난 적은 없다”며 “(KCGI로부터)연락이 와도 주주로서 만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KCGI는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진칼의 지분 15.98%를 보유, 2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KCGI는 최근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승계·특수상황’ 신규사업부문을 신설한 가운데 한진칼의 지분 1%를 추가 매입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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