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 이우석·박문희의 엇갈린 운명
이우석 논란 속 연임 성공, 박문희 1년 만에 사임…'변화보다 안정' 택한 듯
이우석(왼쪽)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딜사이트 김현기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을 함께 이끌었던 이우석(64)·박문희(54) 각자대표이사의 운명이 엇갈리게 됐다. 이우석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면서 단독 대표 체제를 다시 꾸린 반면, 지난해 부임했던 박문희 대표이사는 1년 만에 사임하고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코오롱그룹이 최대 위기를 맞은 코오롱생명과학의 해법을 놓고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25일 서울 강서구 코오롱그룹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 오는 2024년까지 3년간 코오롱생명과학을 다시 이끌게 됐다. 이 대표는 새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칠 경우, 지난 2012년부터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를 12년간 하는 셈이 된다. 그는 지난 2월 코오롱생명과학이 정기주총 소집 결의를 할 때 사내이사 후보 명단에 빠져 연임이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이달 초 회사가 정정공시를 통해 이 대표를 사내이사 후보로 명시하면서 한 번 더 기회를 잡게 됐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주총 직후 "이 대표가 회사의 현안들을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 보석으로 풀려나 경영 전반을 지휘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로 연임을 위한 결격 사유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그룹 내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이 유통한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파문으로 지난해 2월1일 구속됐기 때문이다. '인보사'에 처음 계획과 달리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신장유래 세포가 포함된 것이 드러났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2019년 5월 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다. 특히 이 대표는 이를 알면서도 숨긴 뒤 식약처 허가를 받기 위해 허위 자료 제출한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하지만 이 대표는 5개월 뒤인 지난해 7월10일 보증금 2억원을 내고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지금은 불구속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가 4번째 연임에 성공한 반면, 박문희 각자대표는 코오롱생명과학을 떠나게 됐다. 박 대표는 코오롱그룹 인사실장 등 그룹 내 다양한 곳에서 업무를 수행한 뒤 지난해 1월 코오롱생명과학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이동했다. 두 달 뒤 각자대표로 선임되면서 이우석 대표 수감과 '인보사' 사태 후폭풍 등으로 혼란에 빠진 코오롱생명과학 수습을 맡았다. 그러나 1년 만에 자리를 내놓으면서 코오롱플라스틱의 전무(등기이사)로 이동한다.


이번 주총을 통해 코오롱생명과학은 각자대표이사 체제를 청산,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했다. 다만 이 대표가 여러 논란에 둘러싸여 새 임기를 시작하게 된 점은 부인할 수 없게 됐다.


그는 주총 전부터 의결권 자문사의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 연구소(CGCG)'가 이번 코오롱생명과학 주총 안건을 다루면서 '중대한 법령 위반혐의'를 들어 이 대표의 연임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CGCG는 이 대표의 구속 전력 외에 그가 대표이사직을 겸임했던 코오롱티슈진이 2017·2018년 회계감사 의견거절 받은 점도 함께 지적했다. 연임보다는 책임을 지는 게 맞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코오롱그룹 내부에서도 그의 연임에 따른 논란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경영 부진에 '인보사' 후폭풍이 겹치면서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관리종목 지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몰렸다.


다만 코오롱그룹은 이 대표와 함께 '인보사' 성분 조작 혐의로 구속됐던 핵심연구원들이 지난달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점, 상폐 위기에 몰린 코오롱티슈진이 지난해 감사보고서 적정을 받은 점 등을 주목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가 향후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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