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모든 M&A가 '작전'은 아니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9일 09시 5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세연 차장]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이뤄진 재무적 투자자(FI)와의 협업이 무조건 작전인가요?" 최근 코스닥 상장기업 A의 인수에 나선 비상장 기업 B의 담당자가 작정하고 볼멘소리를 냈다. 


B는 상장사 A의 최대주주 지분 인수는 물론 대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하며 새로운 주인으로 등장했지만 시장의 따가운 눈길을 받고 있다. 적법한 절차로 계약을 체결하고 인수를 추진했지만 인수 과정에서 부족한 일부 자금 조달을 위해 FI와 손을 잡은 탓이다. 


B의 관계자는 인수 자금 일부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들을 상장기업 인수를 이슈로 주가를 띄운 후 '먹튀'하는 작전 세력으로 치부하는 것은 과도한 우려라는 주장이다. 피인수 회사 자산이나 현금 유동성을 담보로 외부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빌려 인수에 나서는 이른바 '차입매수(LBO)' 세력이란 평가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B의 재무 상황이나 인수 여력을 감안하면 시장의 우려와 지적이 무리한 것은 아니다. 소매 유통업을 주력으로 내세웠던 B는 관련 시장에서 나름 인지도를 구축하고 승승장구 해왔다. 


하지만 팬데믹과 소비 여건 악화 여파로 매출이 급감했고 적자전환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악화된 실적만큼 재무구조도 부진을 겪고 있는 것이 B의 현 주소다. 유동성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주력 사업과 연관성이 없는 상장사 A의 인수에 나섰다는 점 역시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대규모 외부자금이 활용된 상장기업의 인수합병 사례에서 호재성 이슈로 주가를 부양시킨 후 투자 수익만을 챙기는 일부 '선수'들의 작전 탓에 피인수 기업의 재무 구조가 훼손되는 경우가 빈번했다는 점에서 색안경을 쓴 시장의 시각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다만 유동성이 부족하거나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모든 인수합병 추진을 무조건 작전으로 치부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고민해 볼 일이다. 새로운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취약한 자기자본의 보완을 위해 여러 자금을 매칭해 인수여력을 갖추는 레버리지도 충분한 경영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B사는 경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꽤 오래전부터 신규 사업 발굴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소매업 중심이란 주력 사업의 성장 한계로 신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비상장 기업인 탓에 유동성 확보에도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퀀텀점프를 위해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상장기업 인수를 통해 유통시장내 신규 사업 추진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인수합병은 참여 기업 상호간 경영 전략이 맞아 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당장 투입되는 자금외에도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나 새로운 주주구성으로 인한 기업가치 제고, 기업의 체질 개선 등 다양한 사안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인수절차상 하자가 없고 참여자 모두가 최선의 결과를 기대해 스스로 내린 판단이라면 무조건 의심의 잣대로 평가해선 안 될 일이다.


당장 눈 앞의 단기적 기업가치가 아닌 장기적 성장을 위한 선택이라면 기업의 전략적 선택을 외부의 추상적 평가가 아닌 내부의 이성적 판단에 맡겨보는 것도 필요한 선택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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