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SK에코플랜트의 의미심장한 변화
이 기사는 2022년 02월 24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최근 건설업계를 달궜던 이슈 중 하나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IPO) 철회였다. 국내에서 두 번째 가는 기업집단인 현대차그룹 소속에 한해 매출액 7조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웃도는 거대 건설사라는 점에서 희망 섞인 전망이 가득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귀결됐다. 


여러 실패 요인이 거론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기존 주주들의 구주 매출 비중이 지나치게 컸다는 점 ▲기업가치를 너무 높게 잡았다는 점 ▲주식시장이 고꾸라지면서 IPO 시기를 잘못 설정했다는 점 등.


막상 결과가 나오고 다시 분석을 해보니 안 될 이유는 차고 넘치긴 하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이 같은 요인은 본질이 아니라고 본다. 건설업이라는 업종의 전망을 어둡게 본다는 점이 가장 큰 실패 요인이라고 본다. 여기서 더 파고들어가 보면 주식시장에서 현재의 건설업 실적은 좋아 보일지언정, 앞으로의 사업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꽤나 우울한 소식일 수 있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2014년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이 꾸준한 호황을 보이면서 건설사들이 역대 최대의 실적을 기록 중이고 재무건전성도 나무랄 데 없이 좋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울감이 더 해진다. 한마디로 이렇게 호황이 지속중인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설사 중 6위(2021년 시공능력평가 기준)를 기록 중인 현대엔지니어링의 IPO가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사실 국내 건설사의 IPO 실패는 현대엔지니어링만의 고민이 아니다. 현재 10대 건설사 중 상장사는 6곳에 그친다. 현대엔지니어링뿐만 아니라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호반건설 등이 꾸준히 IPO 추진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시장의 관심은 냉담했다. 


조 단위가 넘는 매출을 기록 중인 건설사들조차 최근 젊고 유망한 경력직원들을 뽑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전히 상명하복식의 경직된 조직문화가 지배하는 건설사에서 아무리 높은 연봉을 쥐어준다고 해도 입사지원조차 꺼리는 젊은이들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아직도 건설사를 노가다 문화의 결정체라고 보는 인식이 남아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SK에코플랜트의 새로운 시도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회사는 매출 비중이 50%가 넘는 플랜트사업을 과감하게 분할해 매각한 뒤, 여기서 조달한 자금으로 환경폐기물 업체를 사들이고 있다. 


2020년에는 환경기업인 EMC홀딩스를 1조500억원에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이메디원, 도시환경, 디디에스 등 총 9개의 폐기물업체를 추가했다. 올해도 에코메니지먼트코리아(EMK) 인수를 검토 중이다.


사명(옛 SK건설)까지 바꾼 SK에코플랜트의 이 같은 대변신은 '건설업만으로는 IPO가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환경폐기물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장착해 건설업이라는 정체성을 아예 지워버리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IPO뿐만 아니라 회사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기존 주력사업도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다는 냉정함이 숨겨져 있다.


6년 정도 건설업을 취재한 경험을 근거로 미래성장 전략은 현대엔지니어링보다 SK에코플랜트의 방향이 맞다고 본다. 건설업에만 안주해서는 미래가 없다. 건설업 내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추구할 수 없다면 아예 그 틀을 벗어나 새로운 사업을 접목시키는 시도가 필요하다. SK에코플랜트는 확실한 플랜을 수립한 뒤 여기에 발맞춰서 신속하게 과제를 이행하고 있다. 여느 건설사에서도 보지 못한 기민함이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기업가치다. SK에코플랜트는 목표 기업가치를 15조원으로 잡은 것으로 시장에 알려졌다. 현재 주식시장에 상장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금액(12조원대)보다도 많다. 파죽지세로 사업 전환을 시도 중인 SK에코플랜트의 배짱이 시장에서 먹힐지 여부는 빠르면 내년 6월이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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