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KB금융 수장
유리천장 깬 박정림, 첫 여성 회장 도전
다수 최초 타이틀 거머쥔 여성리더…KB증권 WM부문 성장 이끌어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1일 15시 4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가 지난 8일 발표됐다. 내부 후보로는 허인·양종희·이동철 부회장에 박정림 부문장 등 4인이 명단에 포함됐다. KB금융은 자체적인 경영승계 시스템인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수년간 회장 후보자를 관리·육성해 왔다. 4인 모두 경영승계 프로그램 코스를 밟은 인물로, 회장 후보로서 전문성과 경험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딜사이트는 내부 후보들의 면면에 집중해 숏리스트 후보들의 성과와 강점, 비전 등을 분석하고 '포스트 윤종규'로서 국내 1등 리딩금융을 이끌 적임자는 누구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박정림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 (제공=KB금융)

[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박정림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은 리스크관리부문과 자산운용 부문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는 후보다. 박 부문장은 자본시장 부문에서의 뿌리 깊은 전문성과 역량을 바탕으로 은행과 보험, 증권 등 여러 부문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활약했다.


여성 리더로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다수 거머쥐기도 했던 박 부문장의 강점은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넓은 인맥, 꼼꼼하고 섬세한 업무 처리 방식 등이 꼽힌다. 실제로 그는 KB증권 대표 취임 이후 언론사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소소한 생각들을 공유하기도 했고, 영상 인터뷰나 특강을 진행하는 등 최고경영자(CEO)로 외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왔다. 


박 부문장은 지난 2022년 1월부터 KB금융 자본시장, 투자금융(CIB)부문과 자산관리(AM)부문 총괄부문장, 자본시장부문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19년 1월부터 KB증권에서 김상현 대표이사와 함께 공동 대표이사를 지내고 있다. 이처럼 박 부문장이 지주와 계열사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출 수 있었던 데는 그간 쌓아온 이력이 밑바탕이 됐다.


박 부문장은 지난 1986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해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현 JP모간체이스은행)에 입사해 2년 동안 리스크관리부서에서 근무했다. 이후 박 부문장은 서울대 경영대학원에 진학했고, 졸업 즈음 첫 자녀를 출산하며 약 1년 간 경력 단절을 겪었다. 


1992년 정몽준 국회의원의 비서관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한 박 부문장은 이후 은행과 보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만의 전문성을 쌓아나갔다. 1996년에는 조흥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일했고, 1999년에는 삼성화재로 옮겨 자산리스크관리부장을 지냈다.


◆ KB금융 합류 후 '최초' 달고 고속 승진…유리천장 깨기


박 부문장이 KB금융에 합류한 것은 지난 2004년이다. 고(故)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박 부문장을 국민은행 시장리스크부장으로 스카우트했다. 당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국민은행 개인금융그룹 부행장을 맡고 있었다. 이후 박 부문장은 리스크 관리와 자산운용 전문가로 거침없는 이력을 쌓아나갔다. 기획재정부 기금정책심의회 의원과 국민연금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한국인 최초로 세계리스크관리전문가협회에서 임원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2008년에는 국민은행 제휴상품부 부장으로 보험사 및 자산운용사와 업무 제휴를 맺고 펀드와 방카슈랑스 상품을 개발하며 자산관리 분야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나갔다. 이후 박 부문장은 2011년 12월 인사에서 국민은행 WM본부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2013년 7월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취임 이후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는 KB국민은행 자산관리(WM)사업본부장으로 승진하며 국민은행 최초 여성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박 부문장은 지난 2013년 홍콩에서 개최된 에셋(The Asset)지 트리플 A어워즈에서 '2013 대한민국 최우수 프라이빗뱅크(PB)'로 선정되기도 했다.


WM부문에서 전문성을 쌓아올린 박 부문장은 지난 2017년 1월 KB금융 WM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아울러 같은 해 KB증권 WM부문장 부사장도 겸직했다. KB증권이 지주 내 관계사와의 긴밀한 협업 관계를 구축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은행 경력이 대부분이었던 박 부문장을 스카우트한 것이다.


박 부문장은 지난 2019년에는 KB증권 대표이사에 오르며 김성현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 2기 체제를 열었다. 박 부문장이 WM부문을, 김 대표가 투자금융(IB) 부문을 맡았다. 공동대표 체제를 이어가며 각 대표가 가진 장점을 살리고, WM과 IB 사업부문을 성장시키기 위한 조치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같은 시기 지주에서는 자본시장부문장을 맡아 지주와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데도 힘을 쏟았다.


WM부문과 리스크 관리 부문에서 전문성을 드러낸 박 부문장은 2022년부터는 지주에서 자본시장부문장과 함께 총괄부문장까지 맡으며 지주에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갔다. 아울러 지난해 말 KB증권 대표이사 임기가 1년 연장되면서 2019년 공식 취임 이후 4년 반째 KB증권을 이끌고 있다.


◆증권사 취임 이후 WM자산 '쑥'···리테일 자산도 2배 증가


박 부문장은 KB증권 대표 취임 이후 WM부문 역량 강화에 힘을 쏟았다. KB증권은 지난 2016년 인수한 IB부문에서 강점을 갖고 있던 현대증권과 합병 후 2017년 통합 출범한 증권사다. 김성현 대표가 IB부문을 맡으면서 WM부문의 전문가로 정평이 난 박 부문장이 새로운 WM 수익원을 발굴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박 부문장은 증권사에서도 여지 없이 역량을 발휘했다. 재직 기간 동안 KB증권의 WM금융상품자산은 ▲2019년 28조4000억원 ▲2020년 33조1000억원 ▲2021년 39조5000억원 ▲2022년 44조5000억원 ▲2023년 6월 말 47조4000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아울러 그간 기관투자가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았던 WM부문에서 리테일(개인 금융) 고객 중심의 WM 상품을 선보이면서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는 리테일 고객들의 수요를 공략했다. 이에 따라 KB증권의 리테일 고객 총자산은 ▲2019년 74조원 ▲2020년 109조원 ▲2021년 133조원 ▲2022년 119조원 ▲2023년 6월 말 137조원 등으로 박 부문장 취임 초기와 비교해 크게 늘어났다.


박 부문장은 앞서 '은행 출신' 증권사 여성 대표라는 꼬리표에 부담이 컸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도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중 선택하라고 하면 증권사에 가겠다고 밝힐 정도로 증권업이나 자본시장 부문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말했다. 비교적 시스템의 영향이 큰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가는 분야라는 점이 매력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박 부문장은 조직 내에서 리더 뿐만 아니라 멘토로 불릴 정도로 직원과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사 최초 여자 대표, 혹은 워킹맘으로서 본인이 겪었던 여러 시행착오들을 직원들과 솔직하게 나누며 독려하는 리더라는 평가다.


박 부문장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회장과는 서울대 경영대학원 동문이기도 하다. 박 부문장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윤 회장에 대해 "CEO인 윤종규 회장을 만나서 스스로 굉장히 단단해지고 커졌다"고 평가했다. 


외부 출신인 박 부문장은 오랜 기간 국민은행에 몸을 담그며 전문성과 성과를 증명해냈다. 다만 라임펀드 제재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리스크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 2020년 11월 박 대표에 대해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결정했지만, 금융위는 아직 최종 징계 수위를 내지 않은 상태다. 만약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최소 3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돼 회장 도전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박 부문장은 지난해 2월 진행한 한 인터뷰에서 "사모펀드와 관련해 고객님들께 죄송한 사건이 있었다"며 "더 반성하고 실패를 바탕으로 소비자께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KB금융그룹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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