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신화’ 박정부 회장 “대기업이 안부럽다”
日 버블경제 붕괴 후 무역업 관심…외환위기후 급성장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이것이 얼마니, 이것이 바로사체, 이것이 구짜, 이것이 팔에감어. 나 럭셔릭 강이여."


개그맨 강성범이 수년 전 지상파 개그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몸에 걸친 해외 명품을 들먹이며 유행시킨 말들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럭셔리'', ''프리미엄'', ''프레스티지'' 등의 수식어가 붙은 고가의 제품이 오히려 잘 팔렸기에 이 같은 희화화가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를 넘어 가심비(가격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소비트랜드로 자리 잡은 현재 이런 류의 개그가 통할 리 만무하다. 멀다하며 오르는 체감물가에 반해 지갑은 해를 거듭할수록 얄팍해지고 있다 보니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다이소는 여느 쇼핑샵보다 변화된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곳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품종, 양질의 제품을 5000원이 넘지 않는 가격에 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다이소의 모체는 박정부 회장이 1988년 설립한 한일맨파워(현 아성에이치엠피)다. 당시만 해도 한일맨파워는 일본 기업들의 판촉행사에 기념품 등을 납품하기도 했지만 국내 대기업 임직원들의 일본 연수와 세마나 주선을 주력으로 삼던 회사였다.


업무상 수시로 일본을 오갔지만 박 회장은 제품 수출입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한양대 졸업 후 풍우실업(현 우리조명지주)에 입사해 16년간 엔지니어로 일해 온 습성 때문이기도 했지만 일본의 버블경제 덕에 먹고 살만 해서였다.


그러나 한일맨파워를 설립한 지 2년여 만에 일본의 버블경제가 붕괴됐고, 박 회장은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쯤 일본에서 100엔 샵이 큰 인기를 끌었고, 자연스레 박 회장도 해당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박 회장의 능력은 1992년 아성산업을 설립하면서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저렴하지만 퀄리티(quality) 높은 제품을 직접 발로 뛰며 찰떡같이 찾아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아성산업은 50여개의 일본 균일가 쇼핑샵에 제품을 납품하면서 승승장구 할 수 있었고, 일본 다이소(대창산업)에서 기존 협력사를 제치고 생활용품을 독점 공급하는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박 회장은 한국에서도 100엔 샵 콘셉트가 통할 것으로 확신, 1997년 5월 서울 천호동에 다이소 전신인 ‘아스코이븐플라자’ 1호점을 열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기대했던 것보다 장사가 잘 되지는 않았다.


반전은 같은 해 11월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시작됐다. 경제가 힘들어지자 가성비 높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졌고 아스코이븐프라자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실제 한국의 외환위기가 끝난 2011년 아스코이븐프라자의 매장수는 100개까지 늘어났다. 이중 100번째 매장을 연 인물은 일본 다이소 창업주 야노 히로다케 회장이었다. 대기업도 부도나던 시절 아스코이븐프라자의 성장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 다이소 자본이 투입되면서 아성산업의 사명은 아성다이소로 변경됐고, 아스코이븐프라자라는 브랜드명은 현재와 같은 다이소로 바꿨다. 이후는 모두가 알다시피 대기업 못지않은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아성다이소는 2006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데 이어 2011년 5000억원, 2014년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는 1조6457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26% 성장했다.


다이소의 성공비결은 다품종, 양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점이다. 원가에 마진을 붙여 소비자가격을 결정하는 게 아닌 소비자가격을 책정한 후 포장과 유통 등 제반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제품의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동일제품이라 해도 다이소가 일반 쇼핑샵보다 싼 이유다.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높은 지하철역 인근에 매장이 위치한 것도 고성장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로 인해 다이소는 한동안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묶음판매 등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상생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노력을 보이면서 꼬여 있던 실타래를 풀고 있다. 아울러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팀이 내놓은 ‘다이소 성장이 이해관계자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주변에 다이소가 개점하면 오히려 집객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나 지금은 국민가게’로 서서히 인정받아 가고 있다.


다이소 관계자는 “일본 다이소 지분이 있다 보니 일본계 기업이라는 오해뿐 아니라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그동안 적극적으로 이들 문제에 대해 해명해 왔고,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영점만 운영하다가 최근들어 가맹점을 받게 된 것도 시장과 상생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소는 직영점과 가맹점 모두 동일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가맹점들의 수익 향상을 위해 제품을 우선공급 하는 등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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