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동남아 '일보후퇴'
말레이시아 생산 법인 결국 청산...기대 만큼 실적 상승 못했기 때문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2일 15시 0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제품 (사진=아모레퍼시픽)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말레이시아 생산법인(AMOREPACIFIC MANUFACTURING MALAYSIA SDN)의 청산을 결정했다. 동남아 지역의 계절적 특수성으로 인해 화장품 판매량 대비 지출되는 고정비 부담이 컸던 결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도 국내에서 생산한 물량으로 동남아 지역의 수요를 대응하지 못할 때 생산법인 건립을 고려하겠단 입장이다.


22일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당사의 글로벌 전략 변경에 따라 말레이시아 생산법인의 청산을 결정하게 됐다"며 "향후 시장 상황이 좋아지고 동남아 지역에서 당사 제품 수요가 늘어나면 그 때 다시 현지에 생산법인 설립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지 생산기지 계획이 철회되면서 당분간 동남아 물량은 국내 수출 물량에 의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1100억원을 출자해 말레이시아 생산법인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동남아 지역을 글로벌 영토 확장의 전진기지로 삼는 동시에 중국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였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이 417억원을 들여 매입했던 공장 부지의 경우 말레이시아 상업지구에 위치해 싱가포르와 접근성이 좋고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가 인접해 동서무역로가 교차하는 요충지로 평가 받았다.


이 때문인지 아모레퍼시픽은 2019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한 글로벌 미디어 행사에서  "말레이시아 법인이 본격적으로 화장품 생산을 시작하면 ▲싱가폴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 매출이 5000억원으로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생산법인은 토지 매입 외에는 어떠한 사업도 추진하지 못했고, 결국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의 기대와 달리 동남아 지역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란 게 시장의 전언이다. 동남아의 경우 계절적 특수성으로 인해 기초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은 데다, 상류층의 경우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프리미엄 화장품 기업 제품을 선호한다는 이유에서다.


아모레퍼시픽의 동남아 지역의 순이익만 봐도 지난 8년(2015~2022년) 간 331억원으로, 연평균 41억원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선 말레이시아 생산법인을 건립할 만큼 수요가 많지 않다 보니 지출되는 고정비 충당도 쉽잖을 것으로 판단해 토지 매입 이후 어떠한 움직임도 못이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한 관계자도 "아모레퍼시픽이 목표 매출을 달성하지 못한 데엔 현지 소비자들의 낮은 화장품 이용률과 높은 제품 가격이 해당 국가의 GDP 수준과 맞지 않은 영향이 컸을 것"이라며 "국내 화장품 기업 대다수가 해외 생산법인을 건립하지 않고 있는 것도 가동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유지비·고정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