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익보호 ②] 주주제안, 모르고 당하는 현실

“알아야 얻는다” 자본주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복잡한 금융시스템을 면밀히 들여다 봐야할 필요가 있다. 이를 성공적으로 해낸 사람들은 부를 축적하고, 아닌 자들은 그들에게 돈을 뺏기며 산다.


[딜사이트 공도윤 기자] 정보 공해 속에 살다보니 정작 중요한 정보를 놓치고 살게 된다. 주총 전 안건이 적힌 우편물이 배달되지만 뜯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버려지기 일쑤다. 어쩌면 주주권익이 보호받지 못한 이유는 주주의 무관심이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소액주주들이 변화하고 있다. 의결권을 모아 적극적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며 소액주주의 권익을 높이고, 주가를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다.


지난 3월 성창기업지주 소액주주들은 사측의 정관 변경을 막고 주주측이 원하는 후보를 감사에 앉히는데 성공했다. 이후 성창기업지주는 ‘주주가 주인’인 기업이라는 인식이 퍼지며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성창기업지주 외에도 부산방직, KSS해운, 우노앤컴퍼니, 삼양통상 등이 소액주주의 제안이 받아들여진 사례로 확인된다.


하지만 여전히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지는 사례는 극히 소수 일뿐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주총을 결의한 1728개사 가운데 주주제안을 주요 안건으로 상정한 기업은 25개사로 전체의 1.4%에 불과했다. 상정 자체의 건수도 낮지만 실제 주주제안이 원안대로 승인된 경우는 더 손에 꼽힌다. 기관투자자도 별수 없다. 기관투자가들의 반대 의결권 행사도 3%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쯤 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주주제안이 현실에서는 선택받은 1%만이 누리는 권리로 여겨진다.


주주제안 비활성화의 원인으로 주주의 무관심도 상당부분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제도적 한계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주주제안이란 주주의 적극적인 경영참여와 경영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발행주식총수 100분의 3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의안을 제안할 수 있는 권리다. 주주제안이 가능한 지분율은 비상장법인의 경우 3%, 상장법인의 경우 자본금 1000억원 미만 기업은 1.0%, 1000억원 이상 기업은 0.5%이다.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이 더 붙는다. 위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6개월 이상 그 주식을 보유해야 하며, 주주총회일 6주전에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때론 주주제안 자격을 갖추기 위해 의결권을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기도 하고, 주주제안 시점에 맞춰 방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필수다. 그런데 주주에게 주어진 시간은 매우 짧다는 함정이 있다. 현행 상법상 주주는 주총 6주 전에 주주제안을 해야 하지만 회사는 주총 2주 전까지만 주총 안건 공고를 내면 된다. 사측은 주주가 제안한 카드를 놓고 남은 기간 동안 대응책을 마련한다. 회사가 안건을 상정한 후 주주가 추가 제안을 하기에는 2주란 시간이 너무 짧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주총 소집 결의한 12월 결산법인들은 평균적으로 주주총회일 28.4일 전에 결의했으나, 주주총회의 세부 안건이 공개되는 소집 공고는 평균적으로 주주총회일 18.9일 전 공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총 안건 분석 회사 ISS에 따르면 홍콩의 경우 21일 전, 대만의 경우 30일 전에 주총 안건을 확정한다. 이 외에도 미국은 최대 60일(주별 차이 존재) 독일은 30일, 호주는 28일의 주총 결의 기간을 두고 있다.


주총 전 주주들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도 제한적이다. 올해 주총 전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상장사는 전체의 9%에 불과했다. 또 대부분의 상장사들이 사내이사의 보수내역을 대부분 주총이 끝난 후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한다. 시장에 공개된 정보가 넘치는 사회이지만 정작 소액주주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숨겨진 것이 많다.


어렵게 시간을 내 주총에 참석했다 해도 사안파악이 안된 주주들은 사측의 보고를 들으며 고개만 끄덕이다 나오기 일쑤다. 의안에 대한 발표, 토론, 논의, 제안 등 자유롭게 의견이 오고가는 것이 당연한 현장이지만 늘 주총이 20~30분 내에 끝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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