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 이서현 떠난 자리 박철규 매운다
조직개편 최소화…이서현 전 사장 실적부진+고액배당 부담에 퇴진 전망


[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퇴진하면서 공석이 된 패션부문장 자리를 박철규 부사장이 맡게 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3년만에 다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어떤 성적을 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13일 상품총괄이던 박철규 부사장의 보직을 패션부문장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내년 정기인사 때까지 삼성물산 패션사업부문을 이끌며, 어떤 실적을 내느냐에 따라 그의 입지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1989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박 부사장은 2003년까지 프랑스와 이태리 주재원으로 근무한 이후 제일모직 해외상품사업부장(상무)과 에잇세컨즈 사업부장(전무), 해외상품사업부장 및 여성복사업부장(전무) 등 요직을 거쳐 2016년부터는 상품총괄을 맡아왔다.


박 부사장이 패션부문장을 맡으면서 조직개편도 이뤄졌다. 다만 이서현 전 사장의 퇴진과 맞물려 매각설로 조직이 많이 흔들렸던 만큼 변화는 크지 않았다. 남성복1·2사업부를 하나로 합친 것 이외에는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패션부문장 공석인 채로 장기화하면 사업계획 등에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해 조직 안정화,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박철규 부사장이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이서현 전 사장이 급작스레 자리를 옮긴 게 실적 부진 때문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또 이 전 사장이 패션사업부의 실적부진에도 고액의 배당금을 챙겼던 게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사장이 삼성물산 패션사업부문을 이끌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실적을 보면 썩 좋지만은 않다. 매출액은 2016년 1조8430억원, 2017년 1조7496억원으로 5.1% 줄었고, 올 3분기까지 1조2650억원을 기록 중이라 올해도 작년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6년 마이너스(-) 452억원에서 2017년 327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올 들어서는 다시 -125억원으로 적자전환 된 상태다.


패션사업부의 부진에도 부동산 경기활황 덕에 이 전 사장은 같은 기간 삼성물산으로부터 267억원의 배당금을 지급받았다. 여론은 물론 삼성그룹 사장단의 눈총도 따가울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서현 전 사장이 삼성물산 패션사업부를 맡았을 당시 국내외 경기불황에 따른 패션사업의 업황이 최악이었던 시기였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던 걸 고려하면 경영을 못했다고 볼 수만은 없지만 공격적인 투자를 했던 상황을 더해 보면 아쉬운 성적표를 남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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