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지배구조 분석]
중앙회 의도? 농협금융 이사회 변화 의미는
사외이사 수 '7→6명' 축소, 신규 비상임이사 선임…강호동 회장 장악력 확대 해석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8일 16시 1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농협중앙회


[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농협금융지주가 최근 이사회를 새롭게 꾸렸다. 사외이사 수를 줄이고 비상임이사 자리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박흥식 광주비아농협조합장을 새로 선임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비상임이사 교체는 어느 정도 예측했다. 농협중앙회장의 최측근 인사가 맡아왔던 자리였던 탓이다. 반면 사외이사 축소는 의외의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금융감독원이 금산분리 원칙을 거론하며 농협금융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에 나서며 지배구조에 대해 지적해온 만큼 농협중앙회의 개입 의혹만 키울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농협금융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 농협금융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하자 이사회 장악력을 높여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의도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 예고된 변화? 지배구조 모범관행 역행한 농협금융


농협금융은 지난달 29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서은숙 사외이사와 하경자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남병호 사외이사와 함유근 사외이사는 임기만료로 퇴임하고 길재욱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농협금융은 4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됐는데 3명만 재선임 또는 신규 선임한 것이다. 결국 사외이사만 놓고 보면 기존 7명에서 6명으로 줄었다.


이는 최근 주주총회를 마친 다른 금융지주사들과 다른 행보다.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은 금융당국의 이사회 독립성 및 다양성 확보 요구에 응답하며 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사외이사 수를 8명에서 9명으로 늘렸다. 우리금융은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사외이사 수를 6명에서 7명으로 확대했다.


농협금융은 이번 사외이사 수를 줄인 것과 관련해 일시적인 현상일 뿐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추천 후보가 자진 사퇴를 하면서 (사외이사 수가) 1명 줄었다"며 "새 사외이사를 물색 중이며 이달 중 1명을 추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상 이사회 구성원 수가 6명이어도 문제가 없는 탓에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 금감원의 지배구조 모범관행 발표 후 이사회, 특히 사외이사 규모를 확대하는 분위기에 역행하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기형적 지배구조에 기인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 간 갈등, 금감원의 농협금융 지배구조 개선 압박 등을 염두에 둔 농협중앙회의 계산된 움직임이란 해석도 나온다.



◆ 농협중앙회 입깁 작용했나


농협금융은 이번 사외이사 수 축소 결정과 관련해 농협중앙회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이사회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보는 시각이다. 사외이사 수가 줄면 농협금융 이사회 내에 농협중앙회의 입김을 견제할 세력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는 전문성을 중심으로 선임을 하는 만큼 정치적 인물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며 "농협금융 사외이사 축소는 결과적으로 농협중앙회 입김을 견제할 인물이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농협금융 비상임이사는 지역농협 조합장이 맡아온 만큼 농협중앙회 인사로 분류된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종백 사외이사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 출신이다. 사내이사인 김익수 농협금융 부사장은 농협중앙회로 입사했지만 신경분리 이후 농협금융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인 탓에 중립적 인사로 분류된다. 사실상 농협금융 내에서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을 견제하기 어려운 셈이다.


강호동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박흥식 광주비아농협조합장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한 점도 농협금융 이사회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비상임이사는 농협금융 사외이사와 자회사 CEO 후보를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핵심 구성원이기도 하다.


눈여겨 볼 부분은 이석준 회장이 임추위에 소속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사외이사나 자회사 CEO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이석준 회장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의 갈등 속에서 임추위 운영시 강호동 회장의 목소리는 반영되지만 이석준 회장의 의견은 반영되기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농협금융 사외이사 선임 자체가 농협중앙회 입김과 무관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외이사 선임을 위해 임추위와 이사회를 통과했더라도 주주총회라는 난관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단일주주다.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해선 주주총회를 통과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사전교감 없이 농협중앙회의 반대에 직면하면 사외이사로 선임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따라서 농협중앙회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외이사 수를 조정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춰 선임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외이사 선임도 사실상 농협중앙회 의도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외이사 축소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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