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더사 줌인]
에스엘
학연·지연으로 얽힌 이사회
④사외이사 전원 이해상충 논란…대주주 견제·감시 기능 떨어질 수밖에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5일 17시 5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성엽 에스엘 부회장. (왼쪽에서 세번째)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자동차 램프와 섀시 부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에스엘의 이사회가 독립성이 결여됐단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외이사 전원이 오너 3세인 이성엽 부회장이나 이 회사와 직·간접적인 접점을 가지고 있단 이유에서다.


올 3분기 말 기준 에스엘의 이사회 구성원은 총 5명이다. 사내이사는 이성엽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한영 대표이사 전무 2인이며, 사외이사는 ▲안경준 선일회계법인 총괄대표 ▲김도성 서강대 경영대학 학장 ▲허문구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3인이다.


표면상으론 사외이사가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대주주(오너)의 전횡을 막고 경영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올 7월까지만 해도 사내이사가 3명이었단 점을 고려하면 애초 이사회의 독립성을 의도하진 않았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이 회사 정관에는 '이사는 3명 이상으로 하고, 사외이사는 이사총수의 4분의 1 이상으로 한다'고 적혀 있는데, 사내이사가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에스엘 사외이사 면면을 살펴볼 때 이들이 감시와 견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단 점이다. 사외이사 3인 모두가 오너가나 이 회사와 밀접한 연관을 가져서다. 아울러 이성엽 부회장이 에스엘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원이란 점에서 오너 입김이 닿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도 적잖다.


먼저 시장은 이성엽 부회장과 2020년 이 회사 사외이사로 선임된 김도성 교수의 관계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한 대학이 김 교수가 박사 과정을 밟은 미국 드렉셀대로 동일한 까닭이다. 1970년생인 이 부회장은 31살이었던 2000년 에스엘에 입사했다. 그 전까진 미국에서 대학과 대학원까지 약 6년간 공부했으며, 정보제공업체 와이즈디베이스와 현대증권 국제부에서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근무했다. 김 교수가 해당 대학에서 공부한 8년(1992~2000년)과 이 부회장의 유학기간이 겹친다. 


물론 두 사람이 일면식도 없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학연으로 연결돼 있단 점 만으로 김도성 교수의 독립적인 위치가 보장됐다고 볼 수 없단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나머지 두 명의 사외이사도 학연으로 묶였단 점에서 이해상충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2020년부터 에스엘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안경준 대표는 동아대 상경대학을 졸업한 뒤 경북대 대학원에서 회계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난해 이 회사 사외이사로 등기된 허문구 교수는 10년 넘게 경북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에스엘이 대구와 경상도를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인 만큼 지역 내 인지도가 높은 만큼 회사 차원에서 지역 인사를 이사회에 합류시키는 게 유리하다 판단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아울러 경북대가 에스엘과 오랜 기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만큼 해당 학교 출신들이 오너가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선이다. 예컨대 에스엘은 경북대와 인력양성 협약을 체결하거나 장학금과 발전기금, 연구개발비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협동 연구도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에스엘 관계자는 "본사 거점이 대구와 경북이다 보니 해당 지역 사외이사 비율이 높다"며 "다만 최대주주와의 관련성 등은 사전에 철저하게 검증하기 때문에 이사회 독립성엔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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