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NYSE 상장
'잭팟' 쿠팡, 몸값 고평가 논란 지속
'한국판 아마존' 전략 승리… 점유율·실적·美 증시 불안 속 주가 하락 가능성 남아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1일 16시 4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전경진 기자]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성을 위한 기업공개(IPO)에서 약 68조원의 몸값(상장 시가총액)을 인정받았다. 당초 55조~60조원대의 기업가치가 거론됐지만 '한국판 아마존'의 성장성에 대한 현지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컸다. 외신들은 상장 후 시가총액이 72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다만, 국내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비교기업 아마존의 주가 수준과 현재 시장 지배력 및 수익구조 등을 감안하면 몸값 '거품'만 커졌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일각에서는 미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주가 부진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상장 후 주가 하락 및 기업가치 조정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쿠팡이 미국 현지에서 확정한 최종 공모가는 35달러(한화 약 3만9896원)다. 당초 쿠팡 측이 제시한 공모가 희망밴드(32~34달러) 상단을 초과한 수준이다. 


쿠팡의 상장 주식 수가 약 17억1000만주인 점을 고려하면 IPO를 통해 인정받은 몸값은 598억5000만달러다. 한화로 약 68조원(원달러 환율 1134.7원 적용)에 달한다. 2014년 뉴욕 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기업 상장이 이뤄지는 것이다. 11일 한국시간으로 밤 11시30분에 뉴욕 증시 데뷔를 앞두고 있다.


쿠팡의 높은 상장 몸값은 국내 최고 플랫폼 기업이자 이커머스 업계 경쟁사인 네이버(61조원)를 압도한다. 유통업체로 보면 이마트(5조원), 롯데쇼핑(3조6200억원), GS리테일(3조원), 신세계(3조원), BGF리테일(3조원), 현대백화점(2조원)의 시가총액을 합산한 가격보다도 높다. 또 국내 코스피 시가총액 3위 LG화학(66조원)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복수의 외신은 쿠팡의 상장 후 기업가치가 630억달러(약 72조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보고서를 통해 "쿠팡의 주가가 35달러 이상,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595억달러 이상에서 거래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IB 업계에서는 쿠팡의 기업가치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여전하다. 쿠팡의 롤모델이자 기업가치 산정 비교기업이었던 아마존의 주가 수준과 견줬을 때 지나치게 우호적인 몸값을 책정받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쿠팡 몸값의 적정성은 성장 혁신 기업의 기업가치를 판단할 때 활용되는 주가수익비율(PSR) 지표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연매출(13조2500억원) 기준으로 쿠팡의 PSR 배수는 약 5.2배에 달한다. 반면 세계 최대 '유통 공룡'인 아마존의 PSR 배수는 10일(현지시간) 시가총액 기준 3.91배에 불과하다. 


쿠팡이 아마존처럼 시장 1위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점도 기업가치 논란을 일으킨다. 아마존은 현재 미국 시장에서 47%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중이다. 하지만 쿠팡은 지난해 기준 13%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순위는 네이버(17%)에 밀려 업계 2위 수준이다. 또 아마존이 작년 213억달러(약 24조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반면 쿠팡은 창사 이래 연단위 흑자를 실현한 적이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 투자자들에게 현재 쿠팡의 낮은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수익 확대 가능성으로 여겨지면서 우호적인 몸값 평가받는데 보탬인 된 측면이 있긴 하다"면서도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출혈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그 승패 역시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잠재성만으로 쿠팡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부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쿠팡의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미국 증시에서 이커머스 기업들의 주가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탓이다. 쿠팡 역시 동종업계 기업과 유사한 주가 흐름을 중단기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아마존의 경우 올해 2월 주당 3300달러를 상회했던 주가가 10일 현재 3057.64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알리바바 역시 지난달 주당 270달러를 넘었던 주가가 현재 234.3달러로 떨어졌다. 올해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실적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미국 증시에서도 신규 상장기업에 대한 투자자 이목이 집중되면서 단기적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긴 하지만 이후 기존 주주들과 공모주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행렬 속에 주가는 조정받는다"며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쿠팡의 주가 흐름에 대해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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