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vs LG전자, 생활가전 전쟁 격화
프리미엄 TV·에어컨·신(新)가전 신제품 출시 잇따라


[강휘호 기자] 삼성전자LG전자의 생활가전 부문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양사 모두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의 시장 정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생활가전 제품 강화 및 시장 확장을 타개책으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올해 생활 가전 시장은 신(新) 가전을 중심으로 LG전자의 자리 수성이냐, 삼성전자의 추격 성공이냐의 전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압도적인 매출과 점유율을 보이는 스마트폰·반도체 부문과 달리 그동안 LG전자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TV·가전사업 부문 실적도 매출은 삼성전자가 앞섰지만 수익성은 LG전자가 8%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면서 삼성전자를 압도했다. 전사적으로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작년 연간 58조8900억원)이 LG전자의 매출(61조3417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그러나 TV·가전 사업만 떼어보면 LG전자의 우위다. 각사 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 CE 부문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2조200억원, 매출액은 42조1100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4.80%다. 삼성전자 CE 부문은 생활가전 사업부와 TV 등을 담당하는 VD 사업부가 포함된다.


LG전자는 TV 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와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이 있다. 해당 2개 부문의 지난해 연간실적을 더하면 영업이익 3조433억원, 매출액은 35조5천703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8.56%다.


매출은 삼성전자LG전자를 앞섰지만 영업이익은 LG전자가 더 많다는 결론이다. 가전업계는 “LG전자가 의류관리기나 건조기, 무선청소기 등 신(新) 가전을 상대적으로 발 빠르게 출시해 시장을 개척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한다.


삼성전자는 시장 상황을 역전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가전 라인업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도 신(新) 가전을 중심으로 신제품을 연달아 출시하는 등 가전제품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최대 격전지는 TV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풀라인업의 QLED TV와 초대형 TV로 승부를 걸고 있다. QLED 제품으로 대표되는 삼성전자는 LCD 기반 2019년형 QLED 8K TV를 선보였다. 신형 QLED 8K는 4000니트 밝기에 ‘직하 방식(Direct Full Array)’ 백라이트를 구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서도 “소비자의 초고화질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65~95인치까지 QLEDTV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풀라인업의 QLED TV를 글로벌 시장에 본격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를 강화해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제고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글로벌 TV시장은 전년 수준의 시장 규모를 유지하는 수준이지만 올레드 TV, 울트라HD TV 등 프리미엄 TV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지난달 27일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자발광 퀀텀닷을 활용해야 진정한 QLED TV 제품이다. 경쟁사의 QLED TV는 결국 LCD TV”라면서 삼성전자 신제품을 겨냥한 듯 발언한 것만 보더라도 올해 양사의 치열한 자존심 대결이 예상된다.


연초부터 에어컨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1월 신형 무풍에어컨을 출시했다. 이달 18일에는 “2019년형 ‘무풍에어컨’ 갤러리 라인업에 ‘캔버스 그레이’ 색상을 신규로 도입하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다”고 전했다.


LG전자는 교감형 AI 기능을 앞세우고 있다. LG전자 신제품 휘센 씽큐 에어컨은 사용자가 묻기 전에 말을 건넨다. LG전자 AI 플랫폼인 딥씽큐 탑재로 주변환경과 사용자를 학습해 맞춤으로 운전하며 필요한 정보를 알아서 전달한다.


급성장하고 있는 세탁건조기, 공기청정기, 무선청소기 등 신(新) 가전 시장에서도 삼성전자LG전자의 맞대결은 불가피하다.


삼성전자LG전자는 지난달 각각 16㎏ 대용량 건조기 신제품을 선보였다. LG전자가 시장점유율에서 앞서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추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건조기 내수 시장은 지난해 150만대에서 올해 200만대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점유율은 LG전자가 60% 이상, 삼성전자가 30% 이상으로 추산된다.


무선 청소기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기청소기 시장에서 무선 제품이 유선을 압도하며 대세로 확고히 자리 잡으면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경남 창원공장의 청소기 라인을 무선 제품 생산 체제로 완전히 전환했다.


LG전자가 지난 2017년 선보인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는 8개월 만에 국내에서만 20만대가 판매됐다. LG전자는 판매 급증에 힘입어 물걸레 키트 생산능력을 세배까지 늘리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무선청소기 신제품 삼성 제트를 출시하고 시장을 공략한다. 삼성전자 제트는 미세먼지 배출 차단 시스템이 차별화된 장점으로 삼성전자는 올해 무선청소기 매출을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린다는 목표다.



삼성전자LG전자의 시장 확장 전략도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동남아 최초로 베트남 호찌민에 브랜드 체험공간인 ‘삼성 쇼케이스(Samsung Showcase)’를 열었다.


LG전자는 초프리미엄 가전 ‘LG 시그니처’로 호주 시장을 노리고 있다. LG전자는 15일 호주 시드니 근교에 마련한 ‘LG 홈’ 에서 호주 출신의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다렌 파머가 LG 시그니처 디자인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다.


중국 프리미엄 TV 시장 선점도 두 회사가 사활을 걸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중국 OLED TV 시장은 27만대로 전년대비 약 7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LG전자는 중국 최대 가전 전시회 상하이 가전박람회에 참가해 전초전을 치렀다.


증권사들의 승부예측은 LG전자 쪽으로 다소 기울어진다. DB금융투자 권성률 연구원은 지난달 15일 보고서를 통해 “신(新) 가전(공기청정기, 건조 기, 스타일러, 무선청소기 등)의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신 가전의 도움으로 LG전자의 H&A 국내 매출액이 18년에 30~40% 증가했는데, 19년에도 H&A 국내 매출액은 20% 이상 성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지난 11일 “국내 헬스케어 생활가전 시장 규모는 연평균 50%의 초고속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며 “올해 LG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매출과 가전부문 영업이익은 각각 20조1000억원, 1조6000억원으로 최대치를 달성할 전망”이라고 점쳤다.


삼성전자 가전 부문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지난 12일 삼성전자 CE 부분 1분기 실적에 대해 “영업이익 3000억원(-61.5% QoQ, -5.4% YoY)을 추정한다”면서 “전반적으로 평이한 실적이 전망되고 일반 가전은 환경 이슈로 실적 호조를 보이는 대신 VD는 TV 수요 약세로 실적 악화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SK증권도 “TV 및 에어컨 등 가전부문에서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가능성 높다”면서 지난 1월 매수는 유지하되, 목표주가는 4만6000원으로 하향한 바 있다. SK증권은 삼성전자의 소비자가전부문 영업이익도 지난해 1조9680억원에서 1조 8570억원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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