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제이스코홀딩스가 찍은 필리핀 '디나갓 광산'은?
① 여의도 10배 면적 부지…추정 경제가치 5조원 상회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1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왼쪽부터 부투안 공항, 수리가오 해협, 디나갓 광산. (사진=최양해 기자)


[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장장 12시간. 지난 16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디나갓 광산까지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하늘을 날아 부투안으로, 수리가오 해협을 가로질러 디나갓으로, 울퉁불퉁 비포장도로를 지나 베이스캠프까지. 육·해·공 산전수전을 한날 겪었다.


남은 건 드릴링(Drilling) 장비를 직접 보는 일. '조작' 취급을 받기도 했던 장비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해발 550미터 고지를 네발로 기다시피 올랐다. 길은 험난했다. 동행한 취재진의 등산화 밑창이 떨어져 나갈 정도였다. 등반 도중 호흡 곤란을 호소한 일행도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마주한 드릴링 장비는 원활히 작동했다. 굉음을 내뿜으며 타당타당 땅을 파고 들어갔다. 인부들은 직경 5미터에서 20미터까지 원광 시료(샘플)를 채굴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과열된 연결관(파이프)을 교체해가며 분석기관에 보낼 샘플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눈으로 직접 본 작업 현장은 실체가 뚜렷했다. 드릴로 땅을 파고 그곳에서 채취한 원광 시료를 5미터 단위로 분류했다. 직접 보기 전엔 조악하다고 생각했던 드릴링 장비도 작업 환경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인부들이 가파른 산등성이를 200kg 넘는 드릴링 장비를 짊어지고 오르는 것만 해도 대단한 환경이다.



드릴링은 원광 시료를 채취하는 작업이다. 발굴한 샘플을 분석기관에 맡겨 사업성이 충분한 광산인지 판단하고, 추정 매장량과 경제적 가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 어느 지역부터 채굴해야 효율적인지도 판단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전수조사' 대신 '표본조사'를 하는 것이다. 드릴링으로 경제적 가치가 입증되면 본격적인 채굴은 굴삭기를 비롯한 중장비의 몫이다. 


이날 찾은 드릴링 작업 현장은 제이스코홀딩스가 점찍은 지역 중 하나다. 제이스코홀딩스는 올초 필리핀 현지 자회사 제이스코피에이치(JSCO PH CORP)를 설립하고, 현지 니켈 광산기업 EV마이닝&디벨롭먼트(이하 EVMD)와 함께 광산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지난 2월엔 50억원을 들여 EVMD 지분 10%를 취득했다. 향후 배당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제이스코피에이치와 EVMD가 개발할 디나갓 광산 면적은 2700헥타르(ha). 단순 평면 면적으로 따지면 여의도 10배 크기에 달한다. 실제 면적은 훨씬 넓다. 고도가 높은 산 형태인 만큼 높이를 포함해야 하고, 평지에서 직경 15~20미터씩 구멍을 파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제이스코피에이치와 EVMD가 개발할 디나갓 광산 지역 중 일부. (사진=최양해 기자)

세부적으론 900헥타르씩 3개 권역으로 구분된다. 한 권역마다 최소 100곳 이상의 드릴링을 진행해 총 300곳에서 원광 샘플을 추출한다. 한 포인트(지역)에서 드릴링 작업을 진행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000만원. 드릴링 작업에만 30억원대 자금이 투입되는 셈이다.


드릴링 작업은 이달 말에서 내달 초 중으로 마무리 될 전망이다. 앞서 드릴링을 진행한 120곳의 성분 분석 결과 최고 2.9%에 달하는 고순도 니켈이 발견됐다. 평균 순도 또한 1.8%로 우수하다는 평가다. 인근 지역 광산에서 평균적으로 발굴되는 니켈 순도가 0.8~1.3%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차이라는 게 필리핀광산지질국(MGB)의 설명이다.


드릴링을 통해 채취한 원광 시료들. 분석기관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고순도 니켈이 다량 함유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최양해 기자)

실제로 제이스코피에이치와 EVMD가 개발할 지역은 디나갓 광산에서도 '노른자위'로 통하는 땅이다. 필리핀 국영기업인 PMDC(Philippine Mining Development Corporation)가 오랜 기간 소유하며 개발 시점을 저울질 해왔다.


PMDC는 필리핀 환경자원부(DENR) 산하 기관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비슷한 성격을 띤다. 소유한 광산(땅)을 직접 개발하거나 민간기업에 개발·운영 위탁을 맡긴다. 이번 디나갓 광산의 경우 민간기업에 개발권을 주는 방식을 택했다.


제이스코피에이치-EVMD 컨소시엄은 PMDC로부터 민간 협력사 자격을 따냈다. EVMD가 원광 채굴을 도맡고, 제이스코피에이치가 원광의 독점판매권을 확보해 고순도 니켈을 수출하는 구조다. 독점판매권 계약금은 25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제이스코홀딩스 입장에선 앞서 EVMD 지분 취득금액(50억원)과 합쳐 총 3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셈이다.


제이스코홀딩스에 따르면 PMDC 소유 광산 개발은 사업권을 따내기 어려운 만큼 이점도 크다. 무엇보다 탐사허가권(EP)과 광산개발승인권(MPSA)을 획득할 필요 없는 게 가장 큰 메리트다. 이미 국영기업이 소유한 땅이기 때문이다. 드릴링 작업의 분석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환경성평가(ECC)만 통과하면 된다. 광산 개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이유다.


왼쪽부터 중국 기업이 개발 중인 광산과 일본 니켈아시아가 개발 중인 광산. 중국은 하층부부터, 일본은 상층부부터 채굴을 진행 중이다. (사진=최양해 기자)

개발은 인근 지역 광산처럼 이뤄질 전망이다. 취재진이 방문한 디나갓 광산엔 중국과 일본 기업이 먼저 터를 잡았다. 중국 둥펑자동차에서 생산한 덤프트럭과 일본 스미토모산 굴삭기가 곳곳에 보였다. 중국 기업은 이제 막 채굴을 시작한 초기 단계, 일본 기업(니켈아시아)은 28년째 채굴을 진행한 단계여서 채굴부터 수출이 이뤄지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제이스코홀딩스 관계자는 "9월말쯤 ECC를 통과하면 4분기 중으로 채굴을 위한 사전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중국 기업의 경우 광산 하단부터 채굴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경우 산사태 위험이 있어 니켈아시아처럼 상층부부터 순차적으로 채굴을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드릴링 분석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겠지만, 디나갓 광산에 확보한 지역이 잠재적으로 5조원 넘는 경제적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채굴은 내년 1분기부터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제이스코홀딩스는 올 4분기 중으로 도로를 내고, 직원 숙소, 야적장, 항구 등 제반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개발이 진행될수록 울창한 숲이 평평한 흙더미 형태로 변모할 전망이다.


왼쪽부터 항구를 조성할 부지와 야적장 및 직원 숙소가 들어설 장소. (사진=최양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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