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요우커의 귀환에 희망가 부를 때 아니다
중국 경제 불황으로 소비파워 저하…지역 중심 관광콘텐츠 개발 시급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3일 08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루즈를 통해 입국하는 중국 단체관광객 모습(출처=제주관광공사)


[딜사이트 이호정 산업1부장] 근래 남산 한옥마을에서 퇴계로, 명동으로 이어지는 서울 한복판은 물론이고 강남역과 잠실역 등 주요 상권에서 중국인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 사태로 2017년 3월부터 한국행 단체비자 발급을 중단했던 중국 정부가 지난달 10일, 6년 5개월 만에 빗장을 풀면서 요우커(중국 단체관광객)의 귀환이 본격화된 결과다.


요우커의 방한이 늘자 면세점을 비롯해 여행사, 카지노, 화장품 등 이들을 모시기 위한 국내 유관기업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이들에게 기대 막대한 실적을 올렸던 상당수 기업이 한한령(限韓令)에 코로나19까지 겪으면서 인력 구조조정과 대주주 손바뀜 등 심대한 경영난을 겪었던 터라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강박까지 보인다. 


실제 사드 배치 전인 2016년 807만명에 달하던 방한 중국인 수는 지난해 23만명으로 6년 새 97.1%나 급감했다. 이에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의 맹활약에도 국내 1위 롯데면세점의 경우 작년 매출액이 5조301억원으로 2016년 대비 7.8% 감소했고, 아모레퍼시픽 역시 2조8745억원으로 같은 기간 32.7%나 줄었다. 아울러 IMM 프리이빗에쿼티(PE)를 새로운 대주주로 맞은 하나투어의 영업수익은 이 기간 3858억원에서 663억원으로 82.8%나 뒷걸음질 쳤다.


이렇다 보니 요우커가 귀환하면 수년째 음수(-)를 기록 중인 관광수지 개선은 물론, 경기활성화에 따른 GDP(국내총생산) 성장 등 정부부터 희망가 부르기에 여념이 없는 상태다. 나아가 중국 최대 명절인 중추절과 국경절이 맞물린 '황금연휴(9월29일~10월6일)'에 올 상반기를 상회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찬 목소리도 일각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은 과거의 기억이 만들어낸 허상 아닐까. 현재 중국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요우커의 지갑이 과거마냥 열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돼서다.


지난해 기준 중국 정부와 주민, 기업이 짊어진 이자비용은 17조 위안(3086조원)에 달했다. 이는 중국의 작년 GDP 121조 위안(한화 약 2경2000조원)의 1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채무부담이 커지면서 중국의 소비심리는 작년 말 리오프닝에도 살아나지 않았고, 결국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며 장기 불황의 그늘이 짙어졌다.


여기에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과 같이 중국 정부의 독려 속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로 성장해 온 기업 상당수가 연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도 커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이 기대하는 만큼 요우커의 방한이 늘지 않을 것이란 전망과 함께 한국을 찾은 이들의 소비파워 역시 예전만 못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 때문인지 정부와 일부 업체가 최근 요우커 31명을 유치했다며 근 일주일 간 쉼 없이 홍보하던 모습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한한령 이전과 비교해 국내 관광 콘텐츠는 별반 달라진 게 없는데 정부부터 '요우커=성과'란 단꿈에 젖은 모양새다. 


한한령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많은 것이 달라졌다. 자유여행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관광만족도를 높여야 객단가도 동반 상승하는 세상이 됐다. 과거마냥 서울, 부산, 제주 등 한정된 지역에서 이뤄지던 식도락, 쇼핑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수년 내 요우커의 발길이 다시 끊길 수도 있다. 한한령 이전과 같은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지역콘텐츠를 활용한 관광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일본 사이타마현의 애니메이션 명소 순례 프로그램과 야마구치현의 코난 미스터리 투어가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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