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기싸움? 롯데손보 몸값 줄다리기 나선 우리금융
"시장 예상가, 고려 안해", 1분기 컨콜서 인수 입장 밝혀…2조원대 거래 불가 시사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6일 18시 1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우리금융그룹)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 나선 우리금융지주가 매각가격을 두고 한 차례 제동을 걸었다. 그동안 시장을 중심으로 나왔던 롯데손보의 추정 매각가격을 적정가로 보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면서다. 구체적으로 예를 든 수치를 감안하면 롯데손보 대주주인 JKL파트너스와 매각가격을 두고 1조원 이상의 시각차를 지닌 것으로 해석된다.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담당 부사장(CFO)은 26일 열린 2024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롯데손보 인수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언론 등에서 언급되는 가격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우리금융은 롯데손보의 매각주관사인 JP모건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해 조만간 롯데손보 실사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JKL파트너스의 롯데손보 매각희망가격은 약 2조~3조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롯데손보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새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효과가 컸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과도한 가격 책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JKL파트너스측은 최소 2조원 수준에서 매각 성사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점에서 이번 우리금융의 입장은 2조원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매각가격을 적정가격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성욱 부사장은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험 등 미진출 업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다만 추진하더라도 과도한 가격은 지불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지난해 상상인저축은행의 인수를 위해 실사를 진행했지만 이후 인수절차를 전면 중단했다. 실사 후 평가한 가격과 매각 희망가와의 차이가 컸다는 게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이 금융사 인수에 나섰을 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자본건전성이다. 특히 다른 금융지주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우려사항으로 꼽힌다. 위험가중자산 대비 보통주자본 비율을 나타내는 CET1은 낮을수록 위험자산에 대한 손실흡수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우리금융의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보통자자본비율은 12.0%다. 


이와 관련해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로 인해 시장이 우려하는 자본비율 하락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보험사는 자본비율 산출 기준이 다른데 바젤Ⅲ 기준상 보통주자본 10%를 초과하게 되면 출자액 전액을 자본 차감하지만 10% 이내에서는 250%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수치와 예시도 제시했다. 이 부사장은 "당사의 경우 1조8000억원의 여유가 있어 자본비율에 투자금액의 250%의 위험가중치가 적용된다고 보면 된다"며 "(인수가격이) 5000억원이라고 하면 1조2500억원의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은 우리금융이 사실상 해당 여유 수준 이내에서 롯데손보의 매각가격을 책정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JKL파트너스측의 희망가와 상당한 차이가 있는 셈이다. 


앞서 우리금융의 롯데손보 인수 참여가 결정됐을 때도 당장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양측이 바라보는 가격 차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은 실사 이후 가격 협상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외에 다른 인수희망자의 참전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우리금융 역시 이같은 점을 고려해서 무리한 인수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사장은 M&A 방향과 관련해 "적정 자본비율 범위 내에서 건전성 관리, 경영 주주가치 극대화, 그룹 시너지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여러 가능성 열어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능성 차원에서 롯데손보 인수를 검토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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