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미들마일(중간물류) 시장 진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들마일은 수출입 단계인 퍼스트마일부터 택배사 등으로부터 소비자가 물건을 전달받는 단계인 라스트마일 중간에 해당되는 물품 운송 단계를 가리킨다. 

13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10월에 화물차주 운송 업무 효율화를 돕는 화물 운송 중개 앱 '카카오T 트럭커'를 내놓을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 앱을 이용하는 화물차주는 화물 중량 등에 따라 주문을 맞춤형으로 받을 수 있다. 그밖에 인수증 제출, 세금계산서 발행, 운임 정산 등도 앱으로 자동화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트럭커를 통해 운임 정산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다. 주선사가 지급승인을 완료한 뒤 평균 30~60일 걸리던 정산 시간을 평균 1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화물차주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8월 22일부터 카카오T 트럭커 사전등록을 받기 시작했는데 접수 개시 2주 만에 누적 신청자 수 1만7000여명을 넘어섰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용달차부터 5톤 이상 대형 차량까지 다양한 화물차주가 카카오T 트럭커에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중장기 목표로 인공지능(AI) 중심의 물류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미들마일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적화된 노선을 배차하면 화물차주가 물품을 정시에 운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센터의 업무 현황을 통합하면 화물차주가 화물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박지은 카카오모빌리티 미들마일 사업 리더는 8일 열린 기술 콘퍼런스 '넥스트 모빌리티: 네모 2023' 세션에서 "인공지능 중심의 물류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구축되면 물류정보시스템(LIS), 물류 집하와 분류를 지원하는 자율주행 로봇, 여러 대의 트럭이 함께 달리는 군집배송, 차량 대 차량(V2V) 운송이 모두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규모가 크고 시장 진출이 비교적 쉬운 미들마일 시장을 새 수익원으로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미들마일 시장 규모는 정확히 수치화된 적은 없으나 운송업계 추산으로는 30조원 이상으로 잡힌다. CJ대한통운과 티맵모빌리티 등이 시장에 앞서 진출했지만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진 못했고 자동화와 디지털화가 많이 이뤄지지도 않았다.

해외에서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우버가 미들마일 시장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우버는 2021년 물류기업 트랜스플레이스를 22억5000만달러(약 3조100억원)에 사들인 바 있다. 우버는 2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14%를 물류사업에서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6월 이든종합물류로부터 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 면허권을 사들였다. 그 뒤 2022년 6월에 미들마일 시장 중개 솔루션 기업 위드원스를 인수한 데 이어 2023년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에 합병했다. 

2022년 10월에는 화물업계 중개 플랫폼인 화물마당 지분 49%를 사들였다. 화물마당은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화물연합)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화물연합과 협업을 통해 2023년 7월 화물정보 플랫폼 '로지노트 플러스'를 내놓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화물연합과 협업해 물류시장의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기술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사물의 이동인 물류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미들마일 역시 관심사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