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그간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수출 효자 품목은 반도체였고 이제는 미래 먹거리로 배터리가 주목받는다. 작년 배터리 3사의 도합 연매출이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어서면서 배터리 산업이 '제2의 반도체'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런데 우리나라 수출에서 배터리의 무역수지는 적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시작된 리튬이온 배터리(HS코드 850760)의 무역적자 행보는 지난달까지 장장 9개월에 걸쳐 지속되고 있다. 배터리는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2년부터 작년까지 줄곧 흑자를 냈다가 올해 들어 적자로 돌아섰다.  

올 9월까지 국내에서 생산돼 수출된 배터리 수출액은 54억600만달러(7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0.6% 줄었다. 같은기간 수입액은 66억8900만달러(9조원)로 무려 68% 증가했다. 작년만 해도 수출 호조를 이끌었던 품목이 지난 9개월새 2조원에 달하는 무역적자를 냈다.  

배터리가 무역적자를 기록한 원인에는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의 역수입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국내 완성차 기업에 납품한 게 수입으로 잡혔기 때문이다. 중국뿐 아니라 유럽과 북미 생산시설에서 배터리를 만들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해도 우리나라 수출액으로 잡히지 않는다. 따라서 단순 통계적 착시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배터리 수입 물량 중에는 중국산 배터리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들의 중국산 배터리 탑재가 늘고 있다.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에, 기아는 니로EV 등에 중국산 LFP배터리를 탑재해 판매 중이다. LFP배터리는 국내 배터리 업체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삼원계배터리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한국 완성차 업체들이 내년에도 LFP배터리를 단 전기차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어 무역적자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지으면 배터리는 무역적자를 내도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수출이 늘 것이란 시각도 있다. 현재 공장 증설 중이니 단기적으로는 소부장 납품이 늘면 실적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해 배터리 생산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유지하는 점도 고무적이다. 미국이 투자 유치에 적극적인 만큼 우리 업체들이 북미에 생산시설을 짓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이대로라면 향후 투자, 연구개발(R&D), 고용도 국내보다는 해외에 몰릴 것이다. 우리나라 지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효과가 없다면 과거만큼 고용창출도 이뤄지지 않아 산업 생태계를 해외에 뺏길 수도 있다.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우리 배터리 업체들이 국내 생산시설 증설에 소극적인 것은 인센티브 부족, 과도한 규제 등이 지적된다.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중국을 배터리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한편 자국 제조업의 부활을 노리고 있다. 이대로 놔둔다면 배터리 무역적자 규모는 무분별하게 더 커질 수 있다. 배터리가 반도체에 이어 수출 효자 품목이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시급하다.